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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잃고 헤메인 - 검봉산 (춘천) - 2005.06.18 본문

산행기-국내/강원

목적지를 잃고 헤메인 - 검봉산 (춘천) - 2005.06.18

삼포친구 2005. 7. 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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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잃고 헤메인 - 검봉산 (2005.06.18)


삼악산 등선봉을 오른 후에 남는 시간으로 검봉산을 찾았다.
약간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3시간이면 족할 것이라는 자만함으로...

산행코스 및 시간은 주차장(17:50) -> 구곡폭포(18:10) -> 문배마을(18:30) -> 450m봉(19:10) -> 한치령 -> 가정리(20:40)


삼악산 등선폭포를 내려와서 구곡폭포로 유명한 검봉산을 찾는다.
예정은 구곡폭포에서 문배마을을 지나 검봉산을 오른 후 강선사로 하산하는 코스...
산입구에서의 시간은 17:50분.. 시간이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오르면 충분할 것이라 믿었다.

주차장에서 구곡폭포로 가는 도중의 오른쪽 계곡은 너덜지대인데 산꾼들이 쌓은 것 같지는 않은 많은 돌탑이 있다.
돌탑을 지나 10여분 평탄한 계곡을 오르니 왼쪽 위로 20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절벽이 나타나고 이윽고 구곡폭포가 위용을 드러낸다.
깍아 지른듯이 높은 절벽위에서 그리많지 않은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기대를 안했는데.. 물만 조금 더 많았더라면 장관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구곡폭포에서 조금 내려와 문배마을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구곡폭포 가기 전의 돌탑


구곡폭포


능선길 잣나무


문배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아늑한 분지마을이다. 마을사람들은 농사짓고 토종음식을 팔며 살아간다. 산행기를 쓰며 알았지만 마을의 모습이 돛단배와 같이 생겨서 문배마을이라 한다는데..
잠깐 둘러보고.. 이씨네 라고 되어있는 민가를 옆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오른다.
검봉산으로 가는 길을 머릿속에 새겼기에 고민하지 않고 왼쪽길로 방향을 바꾼다.

아직까지는 비극(?)의 시작인지 몰랐다.
능선길은 잣나무 숲속의 부드러운 육산길이라 땅을 밟는 느낌이 좋다.
문배마을에서 40여분을 걸어 검봉산의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한다.
시간은 19시 10분..


450m봉(?)


450m 봉에서 본 등선봉(?) 아님 검봉산(?)


이때까지도 약간 의심은 했지만 설마.. 전에 본 산행기에는 분명히 검봉산에 정상표지석이 두개나 있다고 했는데...
잘못된 기억인가? 내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곳이 정상임을 고집하며 초코렛도 먹고 잠깐 휴식도 취하며 여유를 부린다.
이제 부지런히 내려가야겠다. 아까 구곡폭포에서 막차가 20시 10분까지 있다고 했으니.. 강선사쪽으로 내려가면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일?? 봉우리 하나를 오르면 또 봉우리가 나타나고.. 다시 봉우리를 오르면 또 봉우리가 나타나고..
몇개의 봉우리를 계속 넘는다. 강촌에 가까이 온다면 음악소리라도 들릴텐데.. 주위는 너무 조용하고.. 사방은 온통 산이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 오고.. 다행이 달이 있다. 걸음을 멈추고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 보지만.. 사방이 산이요..
머릿속이 혼란해진 상황에 나침반과 지도도 길잡이가 못한다.

정상에서부터 1시간여를 계속 걷다보니.. 주 능선로 급경사의 하산길이 보인다. 그래 내려가자..
70도 이상의 급경사의 길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니 비포장도로와 만나고.. 비포장도로를 조금 오르니 한치령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다시 지도를 확인하지만 한치령은 나타나있지 않고..
잠깐 망설이다 계속 앞으로.. 한치령을 넘어서자 구불구불 비포장도로가 이어지고.. MTB 도로임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어두워진 MTB 길로 하산


비포장도로를 30여분 내려오니 길이 평탄해지고 멀리 가로등이 보인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린다. 휴...

아직도 위치를 모르겠다. 민가를 찾아 들어간다.
두 노인부부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여기는 가정리라고.. 강촌과는 정반대편으로 넘어 온 것이라고..
가끔 흐린날은 당신들도 산속에서 길을 잃는다고.. 그러면서 당황한 산꾼을 진정시키듯이 커피한잔을 대접해 주신다.
시간은 이미 21시.. 버스도 끊기고.. 일단 걷기로 한다. 운 좋으면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도 되겠지..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다행이 연결이되고.. 친구가 근처까지 찾아왔지만.. 날은 어둡고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단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돌아가라 얘기하고.. 뚜벅뚜벅 차길을 따라 걷는다. 30여분을 걸었을까??
조금 더 넓은 길이 나타나고..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느낌.. 강촌까지 무려 12km는 족히 될 것같다.

오늘 산행의 실패원인은?? 그러면서 다음에 다시 검봉산에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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