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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전날 태극을 찾아서 - 금학산 (홍천) - 2005.08.14 본문

산행기-국내/강원

광복전날 태극을 찾아서 - 금학산 (홍천) - 2005.08.14

삼포친구 2005. 8. 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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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전날 태극을 찾아서 - 금학산 (2005.08.14)


광복전날.. 고향에 가서 태극을 찾아 나선다.
아내와 딸은 근처 홍천강에서 수영하면 된다고 유혹해서 함께 나선다.
산행지는 금학산.. 산 정상에서 보는 홍천강의 구불구불한 모습이 태극모양이라 하여 유명한 산이다.
고향에 이런 산이 있었는 지는 산행에 관심을 갖게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노일분교(15:10) -> 정상(16:50) -> 갈림길(17:20) -> 노일교회(18:10)

금학산을 오르는 길은 남노일리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으나.. 시간 절약을 위해서 북노일리에서 오르기로 한다.
북노일까지 찾아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지도상의 길을 따라 남노일까지 가는 길에 언덕에 금학산 안내도가 있어 안심하고 남노일로 내려간다.
그러나 남노일에서 북노일로 가려면 구불구불한 홍천강을 한번 더 건너야 되는데.. 다리가 공사중이란다.
이런 낭패가.. 되돌아 나와서 비포장도로를 한참 따라가니 장항리가 나온다. 여기도 아닌데..
주민들에게 물으니 북노일은 남노일 오기 전에 용수리에서 다리를 건너 비포장도로의 산을 넘어야 한단다.
홍천에 이렇게 오지가 있었다니...
비포장의 산길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짚차도 아닌 승용차인 애마를 끌고 오르는데.. 돌아갈까.. 계속갈까.. 망설이며.. 애마는 계속 앞으로 가고...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눈앞의 금학산이 부른다.
경사도 꽤 험해 보이고.. 힘들게 산을 넘으니 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북노일이다.
일찍 나섰는데..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지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허기진 아내와 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매운탕을 배불리 먹는다.
그리고 아내와 딸은 강가로 보내고.. 빨리 갔다올 것을 약속하며 산꾼은 혼자 산에 오른다.

산행 들머리는 노일분교 근처에 낡은 안내도가 있다.
산행을 시작한다. 조금 오르면 경주김씨 제각과 묘들이 나오고 이를 지나면 풀숲의 산행길이 시작된다.
산행길은 부드러운 능선길인데 산꾼들이 많이 안 다녔는지.. 산행로에 풀들이 많이 자라있다.
최근의 산행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 거미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웬 거미줄이 그렇게 많은지... 정말 싫은데..
거미줄이 얼굴을 씌웠을 때의 느낌은 소름이 돗을 정도의 공포이다. 스틱을 앞으로 휘저으며 나아간다.
3~40여분을 그렇게 오르니 거미줄이 서서히 사라진다.
산행다운 산행을 할 것 같다.

조금 더 오르면 부드러운 능선길이 끝이 나고 삼악산 등선봉 오를 때의 급경사가 시작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계속 급경사다. 중간 중간 뒤돌아보며 수태극을 확인하지만 참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무더우나 바람이 불어서 산행하기는 괜찮은 날씨다.

산행입구에는 정상까지 2.2km 여서 정상까지 1시간을 예상했지만 아직도 더 올라야 한다.
숨을 돌리며 목을 축이고.. 오르고 잠깐 쉰다.
계속 급경사를 오르니 갈림길이 나오고 이제부터는 부드러운 능선길..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0.1km


고갯마루에서.. 줌으로..


노일분교 들머리


오름길 능선


바위능선


금학산 정상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40분.. 중간에 많이 쉬지도 않았는 데.. 거미와 전쟁을 치르느라 조금 늦어진 것 같다.
정상에는 표지석 하나 없다. 급한 마음에 수태극을 확인해 본다.
정말.. 어쩜 강이 저렇게 구불 구불.. 예전에 안동 하회마을 갔을 때 보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거기는 구불 구불한 강 옆이 모래사장이 많았던 것 같은데..
주변 산을 이기려 하지 않고 구불 구불 돌아 여유롭게 흐르는 홍천강이 아름답다.
이게 바로 우리 강산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원리 아니던가.. 강은 산을 넘지 않고.. 산은 강을 건너지 않는다는...
이것이 산과 강의 어우러짐이요.. 우리 태극의 원리이다.

정상에서 주변산의 조망도 아주 좋다.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의 팔봉산이 아주 작아 보인다. 그리고.. 동,남,북 모두 멀리 높은 산들까지 보인다.
지도와 나침반을 놓고 무슨 산이지 확인하려지만 알 수가 없다.


정상


정상에서 수태극(홍천강)


정상에서


홍천강 옆의 팔봉산


동쪽 조망


동남쪽 조망


정상에서 30여분을 쉬고 조망을 즐기며.. 맥주도 한잔 마시고.. 여유를 부린다.
그리고 하산.. 올라온 능선의 바로 옆 능선으로 내려간다.

정상근처 갈림길의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홍천 6년근 인삼.. 홍천 한우 늘푸름.. 홍천강 수라쌀..


이정표.. 홍천 6년근 인삼, 홍천 한우 늘푸름, 홍천강 수라쌀


하산길도 올랐던 길과 비슷하게 처음에는 급경사로 잠깐 내려오고.. 이내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한참 내려와서 다시 올라올 때의 거미를 생각하며 스틱을 휘저으며 내려온다.

산행을 만족해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오는 데...
능선 아래 비탈에서 뭔가 부시럭 하더니 휙 지나간다.
인기척은 아니고.. 뛰는 소리의 느낌이 산토끼 정도는 아니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니...멧돼지..
4-50여m 정도를 뚸어 가더니 멈추어서 이쪽을 보는 듯하다.
모습이 보이면 기념사진이라도 찍으련만.. 거리도 멀고..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 가려니 이미 무서워진 맘이 허락하지 않고...
혹시 따라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뒤를 몇번 돌아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산한다.


하산길 (조금 더 내려와서 멧돼지)


하산 후의 금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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