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친구와 동행하기로 했는데 출발이 늦었다. 어제 밤 늦게까지 산행기를 읽어가며 산을 골랐건만.. 다시 또 고민.. 먼 데를 갈 것인가? 가까운 곳을 갈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시간은 이미 11시를 향해가고..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곳의 앵자봉을 찾았다.
산행코스는 야영수련장(13:00) -> 무명봉(14:00) -> 건업고개(15:10) -> 정상(15:50) -> 천주교 성지(18:00)
산 아래 도착하니 이미 13시가 넘었다. 퇴촌 야영수련장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관산, 건업리고개, 앵자봉 정상, 우산봉을 거쳐 천주교 성지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산행 시작부터 문제가 생긴다.
우선 서울특별시 학생교육원 건물과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길을 막는다. 지도에는 분명히 이쯤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조금 있으니 관리인 인듯한 사람이 나오더니 여기는 길이 없으니 저 아래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찾아보란다. 산과 길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건만 산 입구에 건물을 짓고 관리하겠다는 명목으로 산꾼들의 길을 없애버린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조금 내려와서 왼쪽의 길을 올랐으나 그 덕에 관산은 오르지도 못하고 지도에는 나타나 있지도 않은 길을 따라 올라야 했다. 길이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지도에 커다랗게 표시된 길이 없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나쁜 사람들..
어쨋든 길을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중간중간의 갈림길에는 빼놓지 않고.."<-돌아가시오->" 푯말이 있다. 도대체 어느쪽으로 돌아 가란 이야긴지..한쪽은 오르막 한쪽은 내리막이건만.. 그렇게도 산꾼들이 교육원에 들어오는 것이 싫었다면 "<-수련원 앵자봉->" 이런식으로 안내를 하던가.. 돌아가지 않고.. 교육원의 업무에 방해를 주지않는 방법도 많았으련만.. 가장 편한 방법으로 "당신이 돌아가시오?".
화가 나는 것을 참아가며 올랐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인지 길가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도토리가 달려있는 나무 순이 함께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청살모나 다람쥐가 겨울먹이를 준비하려고 떨어뜨린 듯 하다. 길은 계속 참나무 숲길이다.
지도상의 고도 600m 정도 되는 무명봉에 오르면 관산으로 가는 길과 앵자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로지 "<-돌아가시오->" 안내문만 보인다. 다시 지도를 보고.. 나침반을 보고.. 방향을 잡아 앵자봉으로 향한다.
동행하는 친구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천천히 오른다. 건업고개 이르기 전에 시간은 이미 14시가 지나고.. 중간에 자리를 잡고 허기를 면한다.
참나무 숲으로 인해 주변 경관은 보이지 않고 계속 참나무 숲길을 따라 능선을 오르기를 몇번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에서 본 앵자봉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정상에서의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우산봉 가기전에 계곡을 통해서 하산한다. 계곡 하산길은 너덜지대에 온갖 덩쿨과 참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하산길에 본 백조같은 모습의 야생화가 인상적이다.
천주교 성지를 통해 하산하는데.. 천주교 성지에 100년 계획 대성당을 세우고 있다. 지금은 거대한 십자가만 세워져 있는데.. 부지의 규모로 보나 조감도의 그림으로 보나.. 대성당이 지어질 경우 대성당에 가려 앵자봉의 한쪽 모습은 더 이상 볼수 없을 것이이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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