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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상고대 산행 - 남덕유산 (함양) - 2012.12.29 본문

산행기-국내/경상

연말 상고대 산행 - 남덕유산 (함양) - 2012.12.29

삼포친구 2012. 12. 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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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상고대 산행 - 남덕유산 (2012.12.29)


ㅇ 산행지 : 남덕유산 (함양) (1,507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영각사(11:40) -> 영각재(13:20) -> 정상(14:20) -> 월성재(15:20) -> 황점(16:50) (총 5시간 10분)

올해 마지막 산행이다.
인생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 그래서 더욱 더 산을 그리워했던 한 해..
그 한 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더욱 더 산에 기대어 두려움을 견디어내며 지나 온 한 해였다.
인생에서 외로움을 맛보면서 산은 내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건강이 많이 회복되고..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끼지만..
지금도 갑자기 졸음신이 찾아오면 참지못하고 기절하듯이 이불속을 파고들어 자야하고..
3개월에 한번은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해야하고..
의사의 한마디를 불안하게 들어야 하는 처지이다.
지금껏 인생의 많은 고비가 있어도 무사히 잘 넘겨왔듯이 앞으로도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부담이 안되는 낮은 산을 찾았지만.. 설악산도 찾았고.. 중국의 용호산, 삼청산, 황산을 형제들과 찾았고..
나름 의미있는 산행도 많이 있었다.

2012년 한 해의 마무리 산행으로 남덕유산을 찾는다.
동호인 산악회를 따라 나선 것은.. 작년 7월 17일 그러니까 병이 나기 보름전 이후로 17개월만이다.
남덕유산.. 겨울에 눈꽃으로 유명한 산인데.. 어제 남쪽에 눈소식이 있어서 잔뜩 기대하고 떠난다.
오랫만에 산악회와 함께하니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는데..
육십령에서 오르는 팀과 영각사에서 오르는 팀으로 나뉜다.
육십령에서 오르면 최소 1시간 이상은 더 걸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영각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영각사에서 영각재 능선으로 오르는 길.. 눈앞에 능선이 보이는데..
가파르지도 않은 오름길이 의외로 힘들고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겨울산행이라 완전무장을 하고 올랐으나 날씨가 푸근해서 여름산행을 하듯이 온몸에 땀으로 젖는다.
기대했던 나무위의 눈꽃은 모두 녹았고.. 바닥에 깔린 눈만이 어제의 눈소식을 말해준다.
영각사 팀의 대부분을 앞세우고 뒤에서 천천히 오른다.
영각재에 오른다.
능선앞으로는 정상부위가 보이고.. 남덕유에서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영각사 들머리


↑정상부위가 보인다.


↑영각재 오름 계단


↑영각재에서 정상부근


↑덕유능선 (삿갓봉(좌)과 무룡산(우))


↑바랑골 (황점방향 계곡)


능선에서 보는 남덕유산은 세개의 봉우리로 보인다.
세번째 봉우리가 정상이다.
능선에서 철계단이 설치된 첫번째 봉우리를 오른다. 발아래 남쪽으로 함양 벌판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정상으로 나아가는데.. 갑자기 칼바람과 함께 운무가 몰려온다.
푸근하고 맑았던 날씨는 온데간데없다.
볼떼기를 감싸고 정상을 향해 두번째 철계단을 오른다.


↑첫째봉


↑첫째봉과 둘째봉


↑둘째봉과 셋째봉(정상)


↑첫째봉에서 영각사 방향


남덕유산 정상에 오른다.
기대했던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은 운무속으로 사라졌다.
칼바람은 부는데.. 운무가 사라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기념촬영을 하고 급히 정상을 떠난다.
힘들게 올랐는데.. 기쁨의 순간은 너무 짧다.
인생 또한 이와 같은가.. 그래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지도 모르겠다.
짧은 기쁨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정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둘째봉(중봉)과 왼쪽으로 셋째봉(정상)


↑정상에서


↑하산길


월성재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하산한다.
잠깐의 운무에 능선의 나무에 환상적인 상고대가 피었다.
장쾌한 능선을 가려서 산꾼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
환상적인 상고대로 아픈 마음을 달래준다.
오름길과 다르게 능선의 하산길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환상적인 상고대를 감상하고.. 눈썰매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월성재까지 하산한다.
월성재에서 휴식을 취하며 때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운무가 서서히 사라지고.. 정상부근까지 능선전체로 퍼진 상고대가 환상적이다.


↑상고대


↑상고대


↑상고대


↑월성재에서 정상부근


↑하산길


월성재에서 황점방향으로 하산한다.
가파른 경사의 내리막을 눈썰매를 타며 잠깐 하산하면.. 평탄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만족한 산행에 어느새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걷다 보니 혼자다.
인생길과 같다.
가족도 있고.. 친척도 있고.. 친구도 있고.. 사회의 동료도 있지만..
걷다보면 결국은 혼자다.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에는 여럿이 오르지만.. 휴식을 향한 내리막길에서는 쓸쓸히 혼자다.
황점 날머리에서 곶감을 파는 노인이 있어 만원어치 곶감을 사고.. 기분좋게 5시간여의 올해 마지막 산행을 마친다.


↑계곡


↑황점 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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