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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에 부는 칼바람 - 고루포기산 (평창) - 2013.12.14 본문

산행기-국내/강원

대간에 부는 칼바람 - 고루포기산 (평창) - 2013.12.14

삼포친구 2013. 12. 1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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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에 부는 칼바람 - 고루포기산 (2013.12.14)


ㅇ 산행지 : 고루포기산 (1,238m) (평창)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대관령휴게소(10:30) -> 능경봉(11:20) -> 샘터(12:20) -> 전망대(13:40) -> 오목골 갈림길(13:50) -> 정상(14:00) -> 오목골(15:10) (총 4시간 40분)

12월 5일..
발병한 지 2년 4개월..
1차항암(관해) 10주.. 2,3,4차항암(공고 1,2,3차) 각 7주, 6주, 6주.. 그리고 유지치료 22개월..
베사노이드와 푸리네톤의 복용이 끝나면서 항암을 위한 약물치료가 모두 끝났다.

그동안의 항암을 잘 견디어 준 내몸이 기특하다는 생각이다.
"신들의 장난"이 "신들의 축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치료는 끝났지만 예외없이 골수검사는 시행되고.. 10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골반에 그 통증이 느껴지는데.. 3주만에 산행에 나선다.


↑대관령휴게소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신년 해맞이 산행지로 인기있는 곳이지만.. 회사 산우회를 따라서 연말에 찾는다.
3주 만에 설레는 산행..
10시가 넘어서 예전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한다.
바람이 만만치 않다.
바람을 피해 휴게소 건물을 등지고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에 나선다.
그리고.. 바람에 쫓기어 엄마품으로 파고 들듯이 숲속으로 파고든다.
겉옷을 모두 벗어버린 앙상한 나무들 뿐이지만 의외로 숲속은 아늑하다.
며칠전 내린 눈이 그대로 있어 올겨울 본격적인 눈산행이 시작된다.
일행들과 떨어져서 조금 빠르게 능경봉에 이른다.
날씨가 좋아서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뒤돌아 본 선자령 방향


↑길..


↑능경봉에서 제왕산


↑능경봉


조금 있으니.. 일행의 선두그룹이 올라온다.
능경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선두를 일행에 넘겨주고.. 사진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리로 뒤떨어져 걷는다.
능경봉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두번은 모두 능경봉에서 되돌아 갔고.. 이번에는 능경봉을 지나 고루포기산까지 간다.

큰 특징이 없는 대간길.. 영동과 영서를 나누는 길..
이 대간능선길 때문에 영동과 영서는 날씨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대간능선길은 고원지대처럼 부드럽고 평평하다.
사방은 눈이 쌓여있고 선답자들의 발자국을 따라 간다.
이런 겨울산에서는 선답자들의 발자국이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능경봉을 지나서 샘터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대관령에서 능경봉까지 400m 정도를 올랐는데.. 다시 그 만큼을 내려가는 느낌이다.
산행 2시간만에 샘터에 이르러 점심식사를 한다.
능선의 안부인데.. 아늑하지 않고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기도 하고.. 눈발이 날린다.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한잔으로 속을 덥히고.. 고루포기산을 향한다.


↑길..


↑행운의 돌탑


↑능선에서 고루포기산


↑뒤돌아 본 능경봉


↑영동고속도로 - 강릉방향


↑샘터


↑연리목


샘터를 지나서 고루포기산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바람이 점점 더 강해진다.
눈은 내리지 않는데.. 맑았던 날씨도 흐려진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끝없는 사랑에 가지가 붙어버린 연리목을 지나고.. 전망대에 이른다.
선자령까지는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능경봉에서와는 다르게.. 날씨가 흐려서 보이는 것이 별로 없다.
횡계방향이 흐릿하지만 가까이 보인다.
횡계리가 고도가 높은 건지.. 산이 낮은 건지.. 농경지가 가까이 보여서 낮은 산에 올라있는 느낌이다.
바람은 점점 더 강해지고.. 윙윙소리가 나며 능선의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볼떼기를 때린다.


↑전망대에서 횡계방향


↑전망대 이정표


↑자연의 작품


↑오목골 갈림길 - 정상까지 0.5km


↑정상


오목골 갈림길을 지나.. 정상으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칼바람이 분다.
머리위로 고압송전선이 지나가는데..
휘이 휘이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마치 피리소리처럼 들린다.
바람에 날리는 눈발이 얼굴을 때려서 따끔따끔하다.
이어 정상에 이른다.
나무에 가린건지.. 날씨가 흐린건지.. 주변에 보이는 것이 없다.
기념사진을 찍고.. 되돌아 내려온다.
정상에서 오목골 갈림길까지 하산중에도 여전히 칼바람이 분다.
정신이 없다.


↑하산길


갈림길에 이르러 오목골방향으로 하산한다.
급경사의 하산길.. 눈까지 쌓여 있어 미끄럽다.
양손으로 밧줄을 잡고..
뒤로 돌아서 밧줄에 매달리듯이 급경사 구간을 통과한다.
거의 하산을 완료할 즈음에..
길옆으로 산을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이 나타난다.
철조망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성처럼 보인다.
요즘은 짐승들을 위해서 없는 생태통로도 만들어 주는데..
무슨 이유로 계곡과 산을 철조망으로 갈라놓았는지 궁금하다.
짐승들이 있으면 계곡으로 종종 물을 마시러 와야 할텐데..
그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오목골로 하산을 완료하고..
뒷풀이는 황태의 고장에서 나는 황태구이로..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한다.


↑철조망 낙엽이 성처럼 보인다.


↑오목골 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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