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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답답한 산행 - 무학산 (창원) - 2014.04.26 본문

산행기-국내/경상

무겁고 답답한 산행 - 무학산 (창원) - 2014.04.26

삼포친구 2014. 4. 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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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답답한 산행 - 무학산 (2014.04.26)


ㅇ 산행지 : 무학산(761m) (창원)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중리역(10:40) -> 마당바위(12:00) -> 시루봉(12:30) -> 정상(13:10) -> 석탑봉(14:00) -> 대곡산(15:00) -> 만날고개(15:40) (총 5시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라는 참사가 일어났다.
476명의 탑승인원중에 174명만이 구조되고 302명은 사망이나 실종이다.
전국이 슬픔에 휩싸이고..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이해가 되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언론과 인터넷은 온통 분노의 공간이다.
어디서 그런 분노가 나오는지..
마치 그동안에 엄청난 억울함을 가슴속에 숨기며 꾹 꾹 참아왔다는 것을 내보이기라도 하듯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어떤이들은 앞으로 자식들에게 어른들을 믿지말라고 가르치겠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하다고도 한다.
이런 황당한 소리가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면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목숨을 걸고 구조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나 격려는 찾기 어렵다.
답답하다.
사람들도 답답하고.. 정부도 답답하고.. 사람사는 세상은 항상 이렇게 시끄러워야 하는가..
경찰청장과 해양부장관이 쌍욕을 듣고.. 총리는 물병에 맞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자가 유족의 대표가 되고.. 공공질서가 유지되는 상식적인 세상은 사라지고..
봄날 개구리가 여기저기서 울어대듯이 들어주는 자는 없고 외치는 자만이 난무하는.. 모든 것이 자제가 되지않는 브레이크없는 세상이다.


↑중리역 들머리


2주만에 아내와 함께 산행에 나선다.
지금은 창원으로 통합되었지만.. 마산하면 떠오르는 무학산..
웅산을 오른지.. 20일만에 무학산을 오르기 위해 또 다시 창원을 찾는다.
산 덕분에 창원이 익숙한 도시가 되어간다.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산하다.
중리역에 이르러 산행을 시작한다. 무학산도 한산하다.
20여명의 일행들은 어느새 숲속으로 사라지고.. 울창한 숲길에서 한적한 산행이다.
정상까지의 5.8km 오름길.. 급경사없이 산책로와 같은 완만한 오르막이다.
올해는 계절이 빨라서 진달래는 이미 져버리고 활짝 핀 철쭉이 산꾼을 맞는다.


↑Y자 갈림길.. 다시 만난다.


↑마당바위


↑철쭉


↑원계 갈림길 (← 4.2km 중리역, 정상 1.7km →)


↑시루봉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산행시간이 1시간을 지나다보니 서서히 지쳐간다.
아내는 힘들어서 되돌아가고 싶다는데..
반은 강제로 반은 설득으로.. 조금은 앞선 채 보조를 맞춰서 오른다.
앞서가면 알아서 올라오겠다고 하지만..
시야에서 사라지면 포기하고 걸음이 더 늦어질 것 같아서..
보일까 말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오른다.
소나무숲이 울창한 시루봉에 이르고.. 서서히 나무가 작아진다.
이어 진달래군락지.. 진달래는 다 지고.. 군데군데 철쭉이 보인다.


↑진달래는 다 지고..


↑진달래 군락지


↑정상


산행 2시간 30분만에 정상에 이른다.
오르는 동안에 울창한 숲으로 인해 사방으로 막혀있던 조망이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트인다.
동남쪽으로 마산항과 그 앞으로 남해바다에 떠있는 섬들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슬프고 혼란스러운 세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가볍고 시원해진다.
남쪽으로는 석탑봉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한때 붉게 물들었을 진달래군락지가 지금은 녹색이다.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한다.


↑정상에서 마산항


↑정상에서 석탑봉(730봉)


↑정상에서 관해정방향


↑정상을 지나며..


↑Y자 갈림길


정상에서 대곡산-만날고개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 바로아래에 석탑봉(730봉)에 이른다.
또 다시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 당연히 길이 다시 합쳐질거라는 기대감으로..
지친 아내는 데크가 있는 편한 길로.. 산꾼은 석탑봉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것처럼 길이 좁아지고.. 갈림길이 나타난다.
아차 싶은데.. 나무데크길을 생각하며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나무숲을 헤치며 좁을 길을 따라 부지런히 석탑봉을 내려온다.


↑석탑봉


↑석탑봉에서 정상


안개약수터에 이른다.
무학산과 대곡산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다.
길을 잃었는 줄 알았는데.. 안심이다.
대곡산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완월폭포 갈림길에 이른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산속이라 신호가 잘 터지지 않는다.
다행이 연결이 되었는데.. 아내는 이제서 안개약수란다.
편한 길로 알았는데.. 헤맸다고 한다.
짧은 순간.. 그래서 산속에서는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완월폭포 갈림길에서 부부가 감격스런 재회를 하고.. 다른 일행들에 비해 뒤처진 시간..
부드러운 산책로를 부지런히 걸어 대곡산으로 향한다.


↑안개약수터 (← 0.6km 무학산 정상, 대곡산 정상 2.0km →)


↑암릉


↑갈림길


↑전망대에서 마산항


↑대곡산


대곡산에 이른다.
이어 대곡산에서 만날고개까지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30분간을 부지런히 하산하여 일행 중 마지막으로 산행을 마친다.
진달래를 만나지 못한 아쉬운 산행.. 기대가 너무 커서인가..
무학산은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진달래꽃처럼 환하게 피어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물속에서 생을 마감한 세월호의 어린 학생들 생각에..
산행내내 마음이 무거운 산행이다.


↑대곡산


↑만남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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