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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찰을 품은 - 조계산(1) (순천) - 2014.12.05 본문

산행기-국내/전라

천년사찰을 품은 - 조계산(1) (순천) - 2014.12.05

삼포친구 2014. 12. 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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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찰을 품은 - 조계산 (2014.12.05~06)


ㅇ 산행지 : 조계산(884m) (순천)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선암사 입구(10:20) -> 대각암(10:35) -> 정상(장군봉)(12:15) -> 작은굴목재(12:50) -> 선암사(14:00) -> 다음날 -> 송광사 입구(10:50) -> 천자암(12:20) -> 천자암봉(12:50) -> 송광굴목재(13:00) -> 송광사(14:20) (총 7시간 10분)

(1) 선암사 입구(10:20) -> 대각암(10:35) -> 정상(장군봉)(12:15) -> 작은굴목재(12:50) -> 선암사(14:00) (3시간 40분)

간밤에 칼바람이 불더니 애마가 꽁꽁 얼어있다.
조계산을 가야하는데.. 얼어버린 애마는 녹여야 하고..
조계산은 산행로가 특이하다.
동서로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고 있고 산행로는 눈목(目)자가 옆으로 누워있는 모양이다.
애마가 있으니 회귀산행을 해야 하는데.. 고민 끝에 두번을 오르기로 한다.
선암사에서 오르고.. 송광사에서 다시 오르고..

간밤에 눈이 내려서 선암사로 향하는 고갯길이 빙판이다.
선암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선암사 강선루(降仙樓)와 달걀모양의 삼인당(三印塘) 연못을 지난다.
삼인이란 제행무상, 제법무아, 열반적정을 의미한다는데.. 불가의 수많은 수행자들이 이를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리라..
사찰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쉽지않은 문구에 조금은 경건한 마음이 되고..
눈쌓인 선암사의 고즈넉한 모습을 감상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선암사 입구 강선루


↑삼인당


↑선암사


↑마애불


대각암을지나고.. 장군봉을 향해 오름길.. 단풍나무와 산죽이 간밤에 내린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단풍나무가 많은 것을 보니.. 가을에 와도 괜찮을 것 같은 산이다.
남도 멀리에서 첫눈산행을 하게 될 줄이야..
눈 위의 발자국을 보니 선행자가 2명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선행자의 발자국을 똑같이 밟고 오른다.
완만한 경사로 힘들이지 않고 오른다.
길이 보이지 않는 너덜지대를 지나고..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나무 잔가지에 눈가루가 달라붙어 생기는 설화가 나타난다.
조금 약하긴 하지만.. 환상적인 분위기에 기분이 들뜬다.


↑대각암 뒤로 장군봉


↑단풍나무에 눈


↑너덜지대


↑산죽에도 눈


↑설화


↑정상근처


선암사 입구에서 2시간.. 정상에 이른다.
눈이 쌓인 돌탑과 정상표지석이 산꾼을 맞는다.
반대쪽에서 오른 산꾼이 열심히 셀카봉으로 셀카를 찍고있다.
산꾼은 나뭇가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간신히 기념사진을 찍는다.
정상에서는 구름이 끼어서 시야가 좋지않다.
방향을 남쪽으로 바꿔서 작은굴목재 방향으로 하산한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만난 산꾼에게 물으니 이 지역산꾼으로 자주 오르는 산이란다.
안심하고 뒤를 따라 하산한다.


↑정상(장군봉)


↑정상에서


정상에서 300m 정도 내려왔을까.. 바위가 드문 조계산인데.. 커다란 바위가 눈앞을 막는다.
배바위다.
눈이 쌓여 있어서 미끄러운데.. 지역산꾼의 안내를 받아 조심스럽게 배바위에 오른다.
배바위에서 동서남북으로 조망이 터진다.
눈덮힌 겨울산의 그림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계산.. 이름있는 사찰을 품고있는 산이니.. 특이할 만도 한데.. 그저 평범한 산이다.
능선이 완만해서 위압적이지 않고.. 그 골짜기에 안기고 싶은 포근한 느낌이 나는 산이다.
따뜻한 산의 품에서 진리를 찾아 수행을 하니 명승들이 많이 배출된 모양이다.


↑배바위


↑배바위에서 장군봉


↑동쪽으로 선암사방향


↑동남쪽으로 연산봉


↑남쪽으로 굴목재 능선


↑뒤돌아 본 배바위


능선을 따라 하산하여 작은굴목재에 이른다.
작은굴목재에서 선암사 방향으로 하산..
눈이 쌓여있고.. 날씨가 쌀쌀하니.. 거의 휴식이 없이 산행이 이어진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점심식사를 할까 생각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그대로 하산하기로 한다.
편백나무숲과 사리탑을 지나고.. 선암사로의 하산을 마친다.


↑작은굴목재


↑편백나무숲


↑사리탑


↑승선교 뒤로 강선루


↑선암사 입구의 석주


↑나무 - 세그루가 닮았다.


이제 송광사로 이동해서 다시 올라야 한다.
선암사에서 30km 이상을 달려 송광사에 이른다.
같은 산을 오르기 위해 30km 를 달려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방법이 없다.
송광사 입구에 도착해서 칼국수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오른다.
빨리 오르겠다는 생각에 베낭을 벗어놓고 스틱 두개만을 챙긴 채 맨몸으로 오른다.
승보사찰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고 오후 3시가 넘는 시간에 천자암으로 향한다.
주능선인 운구재까지는 올랐는데.. 천자암까지는 2km.. 시간은 오후 4시를 넘었고..
다시 되돌아 올 거리를 생각하면 해떨어지기전에 하산은 무리다.
맨몸으로 올랐으니.. 랜턴도 없고.. 아이젠도 없고..
욕심은 넘치는데.. 가족들 얼굴이 머릿속에서 눈앞을 스치고..
예전에 겨울 화악산에서 고생했던 생각도 나고.. 내일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승보사찰을 방금 지났으면서 산꾼이 잠시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다.
아직도 이정도 밖에 안된다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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