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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과 눈의 어울림 - 방태산 (인제) - 2011.02.12 본문

산행기-국내/강원

원시림과 눈의 어울림 - 방태산 (인제) - 2011.02.12

삼포친구 2011. 2. 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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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과 눈의 어울림 - 방태산 (2011.02.12)


ㅇ 산행지 : 방태산 주억봉 (1,443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휴양림 매표소(12:30) -> 적가리골 -> 주억봉 갈림길(13:20) -> 능선 갈림길(15:30) -> 주억봉(15:45) -> 매표소(17:30) (총 5시간)

동해안에 눈소식이 있다.
그것도 10-20cm 가 아닌 1m 이상의 눈소식이다.
그렇다면 동해에서 못다 내린 눈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내리지는 않았을까..
올 겨울에는 눈산행도 제대로 못했는데.. 인제의 방태산으로 향한다.
방태산을 찾는 산꾼이 많아서.. 45인승 버스가 꽉 차고.. 간이 의자까지 산꾼들이 앉았다.
인제 근처에 오니 사방이 눈으로 바뀐다.
동해 뿐만 아니라 이곳에도 상당한 눈이 내린 것 같다.


↑들머리


갑자기 길 찾아 잘 가던 버스가 길을 잘못 들었단다.
좁은 길에서 버스를 돌리려다 결국은 길옆의 배수구에 빠진다.
여럿이 내려서 차를 밀고.. 다시 출발.. 산입구에 도착하니 시간은 이미 12시가 넘었다.
주어진 산행시간은 6시간.. 6시가 넘어가면 날이 어두워질테고.. 서둘러야 한다.

산행준비를 하고 적가리골을 따라 오른다.
사방이 눈이고 눈 가운데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눈이 부시고.. 상쾌하다. 오늘은 마음껏 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날씨도 따뜻해서 산행하기 좋다. 적가리골이 깊어 조금은 지루할 정도의 계곡길이 이어진다.
50분을 걸어서야 주억봉 오름길에 도착한다.


↑들머리부터 눈이..


↑눈위의 오솔길


↑야영장이 끝나고.. 주억봉까지 4.2km


↑참나무와 눈


주억봉 갈림길을 지나서도 한동안 계곡길이 이어진다.
이윽고 방태산 주능선까지는 계속 오름길..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쌓인 눈에 발은 푹푹 빠지고.. 미끄럽기까지..
힘내서 한발짝 오르려다 미끄러지면 힘이 쭉 빠진다.

조금은 얕보고 출발했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한발짝 한발짝 그렇게 오른다.

힘들게 오르는 중간중간에 고개를 들어 사방을 본다.
온통 눈세상..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한 오래된 참나무와 어우러진 눈이 아름답다.
힘도 들고.. 허기도 지고.. 시간은 2시가 넘어서고.. 조금만 더 오르자고 참고 또 참고..
체력이 거의 소진되어 갈 무렵에 앉을 곳도 마땅치 않고.. 선 채로 샌드위치 하나로 허기를 채운다.


↑겨우살이와 눈


↑멋있다.


오름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나무의 눈이 날리는 것인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눈폭탄을 맞기도 한다.
방태산의 아름드리 오래된 참나무와 어우러진 눈이 환상적인 경치를 만들어 낸다.


↑환상


↑원없이 본다.


↑눈꽃


↑눈꽃


힘들게 힘들게 산행 3시간만에 방태산의 주능선에 오른다.
왼쪽으로 가면 구룡덕봉.. 오른쪽으로 가면 오늘의 목적지 주억봉이다.
이제 오를 만큼 다 올랐다.
갈림길에서 주억봉까지는 평탄한 능선길.. 마지막 힘을 다해 주억봉으로 향한다.
언제부터인지 눈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안경은 땀과 습기가 얼어서 시야를 가리고..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산속에서는 전혀 몰랐는데.. 정상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분다.
방태산에서 설악산을 보리라 기대했던 것은 그저 희망사항으로 바뀌고.. 주변은 하얀 눈보라만 가득하다.
기념사진을 찍고 잠깐 주변을 돌아본 후 서둘러 하산한다.


↑능선 갈림길.. 주억봉까지 0.4km


↑주억봉으로..


↑주억봉에서..


↑주억봉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정상과 달리 이곳은 바람이 전혀없이 아늑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가이드 말로는 오늘 산행에 참석한 50명 중에 정상까지 오른 이들은 20여명 정도란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른 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나 보다.

베낭에는 급하게 오르느라 먹지못한 먹거리가 몇개는 더 있는데.. 그것도 귀찮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고 싶은 마음 뿐..


↑다시 갈림길


↑눈꽃


↑전나무와 눈


↑계곡의 눈


↑단풍나무와 눈


하산길이 조금 길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도 올랐다.
적가리골은 왜 그리도 깊은지.. 1시간 30분을 걸어 하산을 완료한다.
그리고 따뜻한 국밥 한그릇.. 이 이상 더 좋을 것이 없다.
자리는 불편하지만 얼었던 속이 스르르 녹아 내리는 느낌이다.
막걸리 한 잔에 취기를 느끼며.. 제대로 즐긴 눈산행에 흡족해 하며.. 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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