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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픔 - 유학산 (칠곡) - 2016.05.14 본문

산행기-국내/경상

전쟁의 아픔 - 유학산 (칠곡) - 2016.05.14

삼포친구 2016. 5. 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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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픔 - 유학산 (2016.05.14)


ㅇ 산행지 : 유학산(839m) (칠곡)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다부동전적기념관(11:00) -> 674고지(12:10) -> 837고지(13:40) -> 정상(14:30) -> 도봉사(15:20) -> 팥재 -> 유학산장(16:20) (총 5시간 20분)

김천에서 가까운 곳의 이름있는 산들은 거의 다 올랐다고 생각하는데..
또 다른 산이 있다.
유학산.. 학이 노닌다는 이쁜 산의 이름과는 다르게.. 6.25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거리상으로는 가산이나 팔봉산보다도 가깝다.
전쟁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였던 이승만 정권은..
북의 침공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한달여 만에 국토의 대부분을 내어주고 대구 코앞까지 밀린다.
결국은 다부동과 유학산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고 10여차례를 뺏고 빼앗기고..
그렇게 9.24일까지 버티다 인천상륙작전이 시작되며 전세가 역전되고 북진의 출발점이 된다.

회귀산행이 어렵다.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애마를 세우고.. 들머리인 유학산장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도봉사쪽으로 오르려는데..
다부리.. 대구, 군위, 왜관으로 향하는 삼거리.. 다른 차들은 많이 다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1시간을 기다리다 인내력이 바닥나고.. 다부리쪽에서 674고지로 직접 오른다.


↑다부동전적기념관


늦은 시간에 서두르다 입구에서부터 길을 잃는다.
가파른 오름길에.. 묘지가 많고.. 작고 희미한 여러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벌목작업을 해서 수풀이 우거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가파른 산길.. 사라질듯 사라질듯 연결되는 길을 따라 1시간여를 오르니..
주능선으로 오르는 넓직한 길을 만난다.
가벼운 베낭을 메고 오르기도 힘든데..
8월 무더위에 전쟁을 치르며 올랐을 이곳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름길에.. 명당인가..


↑능선 오름길


↑674고지


능선이 평탄해 지면서 곧바로 674고지가 나타난다.
당시의 전황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평화로운 땅에 10여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니..
평화는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힘이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데 어떻게 감성적으로 평화를 노래할 수 있는가..
상대방이 평화를 거부하고 핵을 개발하며 호전적인 경우에야..
강제적인 힘으로만 전쟁을 누르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674고지에서 눈앞으로 우뚝솟은 봉우리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며 남쪽으로 황학산 조망을 감상한다.


↑전망대에서 남으로 황학산


↑793고지


793고지를 지나고.. 조망이 좋은 곳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암릉이 이어진다.
길은 험하지 않은데.. 암릉 왼쪽으로는 절벽이다.
전쟁때는 군인들이 목숨걸고 힘들게 뛰어 다녔을 길이다.
잠깐이나마.. 이땅을 붉은 깃발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청춘을 버리고 숨져간 이들을 생각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우리는 김씨왕조 3대 왕에게 물개박수를 치며 목숨을 구걸하고 있겠지..
고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봉이라는 말보다 고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산.. 발밑에 쇠뭉치 같은 것이 있어 자세히 보니 탄알집 조각같다.
그 시대의 유물이 아직도 발아래 있다.
836고지를 지나고.. 나뭇가지를 벌려 길을 내어주는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를 지난다.
그리고 837고지.. 이제 오를만큼 올랐다.


↑전망대


↑가야할 정상부근


↑836고지


↑암릉에서 남서쪽으로 자봉산


↑V자 소나무


↑837고지


절벽의 암릉이 이어진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평평한 바위절벽의 신선대를 지나고.. 군데 군데 기암이 나타나는 암릉이 계속된다.
이제 정상만 남아있다.
싸리나무가 가득한 헬기장을 지나고.. 유학정과 도봉사의 갈림길을 지나 정상인 839고지에 이른다.
마치 674고지에서부터 북에게 빼앗긴 고지를 하나씩 되찾는 기분으로..
숨져간 이들을 생각하며 정상에 이른다.


↑기암


↑신선대


↑뒤돌아 본 신선대와 836고지


↑암릉에서 북쪽 조망


↑정상 방향


↑헬기장


정상표지석은 유학정 아래에 있다.
기념촬영을 하고.. 유학정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다.
동으로 가산과 팔공산.. 서남으로 낙동강.. 그리고 서쪽으로 금오산이 눈에 들어온다.


↑도봉사-유학정 갈림길


↑유학정


↑정상에서


↑동으로 837봉, 멀리 가산, 그 뒤로 팔공산


↑남서로 자봉산과 낙동강


↑서쪽으로 금오산


↑도봉사로 향하는 길


정상에서의 조망을 즐기고..
오른 길을 되돌아 도봉사 갈림길에 이르러 도봉사로 향한다.
도봉사는 절벽으로 이루어져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한..
거대한 쉰질바위 아래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많은 연등이 절마당 위에 달려있고.. 부처님이 이땅에 오심을 축하한다.
외딴 곳이라 그런지.. 의외로 신자들은 많지 않다.
잠시 사찰을 둘러보고.. 팥재로 향한다.


↑도봉사


↑도봉사와 쉰질바위


↑다부동전적기념관으로 가는 중에 유학산


도봉사를 지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팥재로 향한다.
10여분을 걸어 팥재에 도착하고..
음식점에서 휴식을 취하며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채운다.
다부동전적기념관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차편이 없다.
도개온천 방향으로 산책로를 따라 유학산장에 이른다.
이제부터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는데.. 버스를 기다릴 것인가.. 걸을 것인가..
4km 정도는 될 것 같은 데.. 아침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다리느니 걷기로 한다.
3km 쯤 걸었을까.. 야속하게 버스가 지나간다.
어렵게 어렵게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른다.
잠시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들러 그 시대의 상처를 둘러보며 유비무환의 교훈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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