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고향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산행을 계획한 지 한달은 족히 지난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산행지와 날짜를 맞추었다. 무슨 대단한 모임도 아니고 딸랑 5명이 모이는데.. 한친구는 거제도에서 올라오고.. 다른 친구들은 경기도에서 내려가니.. 산행지는 남한의 중간쯤 되는 전북 완주의 천등산.. 대둔산은 가을 단풍인파로 복잡할 것 같아 피하고.. 서대산은 너무 높다고 피하고.. 그렇게 결정된 것이 천등산이다.
ㅇ 산행지 : 천등산 (天燈山) (완주, 707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장선리(14:00) -> 빈덕바위(15:10) -> 감투봉(16:00) -> 정상(17:00) -> 능선 -> 고산촌(18:10) (총 4시간 10분)
박달재로 유명한 천등산은 충주에 있지만.. 오늘 오르는 천등산은 대둔산 바로 남쪽에 위치하면서.. 대둔산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경기도 친구들을 만나고.. 9시가 넘어 출발한다. 산 입구에 11시까지 가려면 촉박한데.. 아침부터 고속도로는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차량들로 꽉 차있다. 거기다 버스전용차선까지.. 평소보다 조금 느리긴 했지만.. 대전을 무사히 지나.. 추부IC를 거쳐 국도를 타고 천등산으로 향하는데.. 하필 그 길이 대둔산유원지를 지나는 길이라니..
대둔산을 지나는 길이 온통 차량들로 꽉 차있어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제도에서 출발한 친구는 이미 도착후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둔산을 어렵게 지나고.. 오늘 산행할 친구들 5명이 모두 모인다. 시간은 이미 정오를 훌쩍 지나고.. 만남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때만 되면 찾아오는 허기는..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근처의 천변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 모과주와 함께 푸짐한 식사를 즐긴다. 모과주가 몇잔돌고.. 허기도 면했으니.. 산에 오르기 싫다는 둥.. 몇명만 올라갔다 오라는 둥.. 배부른 소리들이 나온다.
그래도 힘들게 멀리까지 왔는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장선리에서 바라 본 천등산의 우뚝 솟은 모습에 오늘 산행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너무 푸짐한 점심 때문인가.. 술이 한두잔 들어간 상태에서 오르니.. 산행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왜 아니 그럴까.. 산꾼도 이렇게 힘든데.. 온몸이 금새 땀으로 젖는다.
초반에 순탄하던 오름길이 빈덕바위 근처에 다다르면서 암릉으로 바뀐다. 어차피 오를 산이라면 지루한 육산보다는 차라리 보는 즐거움이 많은 악산이 좋다. 보는 즐거움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어느새 힘든 줄 보르고 한걸음 한걸음 암봉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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