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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에 가려진 명산 - 천등산 (완주) - 2008.11.08 본문

산행기-국내/전라

대둔산에 가려진 명산 - 천등산 (완주) - 2008.11.08

삼포친구 2008. 11. 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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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에 가려진 명산 - 천등산 (2008.11.08)


오랫만에 고향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산행을 계획한 지 한달은 족히 지난 것 같다. 힘들게 힘들게 산행지와 날짜를 맞추었다.
무슨 대단한 모임도 아니고 딸랑 5명이 모이는데.. 한친구는 거제도에서 올라오고.. 다른 친구들은 경기도에서 내려가니..
산행지는 남한의 중간쯤 되는 전북 완주의 천등산..
대둔산은 가을 단풍인파로 복잡할 것 같아 피하고.. 서대산은 너무 높다고 피하고.. 그렇게 결정된 것이 천등산이다.

ㅇ 산행지 : 천등산 (天燈山) (완주, 707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장선리(14:00) -> 빈덕바위(15:10) -> 감투봉(16:00) -> 정상(17:00) -> 능선 -> 고산촌(18:10) (총 4시간 10분)

박달재로 유명한 천등산은 충주에 있지만.. 오늘 오르는 천등산은 대둔산 바로 남쪽에 위치하면서.. 대둔산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경기도 친구들을 만나고.. 9시가 넘어 출발한다.
산 입구에 11시까지 가려면 촉박한데.. 아침부터 고속도로는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차량들로 꽉 차있다.
거기다 버스전용차선까지.. 평소보다 조금 느리긴 했지만..
대전을 무사히 지나.. 추부IC를 거쳐 국도를 타고 천등산으로 향하는데.. 하필 그 길이 대둔산유원지를 지나는 길이라니..

대둔산을 지나는 길이 온통 차량들로 꽉 차있어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제도에서 출발한 친구는 이미 도착후 1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둔산을 어렵게 지나고.. 오늘 산행할 친구들 5명이 모두 모인다.
시간은 이미 정오를 훌쩍 지나고.. 만남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때만 되면 찾아오는 허기는..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근처의 천변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 모과주와 함께 푸짐한 식사를 즐긴다.
모과주가 몇잔돌고.. 허기도 면했으니.. 산에 오르기 싫다는 둥.. 몇명만 올라갔다 오라는 둥.. 배부른 소리들이 나온다.

그래도 힘들게 멀리까지 왔는데..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장선리에서 바라 본 천등산의 우뚝 솟은 모습에 오늘 산행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너무 푸짐한 점심 때문인가.. 술이 한두잔 들어간 상태에서 오르니.. 산행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왜 아니 그럴까.. 산꾼도 이렇게 힘든데.. 온몸이 금새 땀으로 젖는다.

초반에 순탄하던 오름길이 빈덕바위 근처에 다다르면서 암릉으로 바뀐다.
어차피 오를 산이라면 지루한 육산보다는 차라리 보는 즐거움이 많은 악산이 좋다.
보는 즐거움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어느새 힘든 줄 보르고 한걸음 한걸음 암봉을 오른다.


↑장선리에서 천등산


↑첫번째 암봉을 우회하여 오른다.


↑암봉


↑빈덕바위


산의 절반을 덮은 넓은 빈덕바위를 지나고.. 암릉이 시작되는데..
눈앞에 우뚝 솟은 감투봉이나.. 감투봉을 지나 660봉의 바위절벽이 천등산을 찾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다.
천등산의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들이 하나 하나가 모두 분재같다.
키는 그리 크지 않고.. 옆으로만 동그랗게 자라..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바위 위에 우뚝 솟아 있다.
뒤돌아 본 감투봉은 왜 감투봉인지 그 모양으로 알려주고..
대둔산만은 못하더라도 천등산도 명산이다. 가끔 절경에 탄성이 나오기도 한다.


↑소나무


↑감투봉과 뒤로 천등산 능선


↑660봉(상부)


↑660봉(하부)


↑660봉 직전의 암봉


↑뒤돌아 본 감투봉


바위봉들을 지나 정상에 오른다.
오늘 천등산은 우리친구들이 전세를 냈다.
정상까지 오는 동안 다른 산꾼들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으니..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대둔산의 암릉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뿌옇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시간이 늦어서 하산전에 날이 어두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대둔산


↑정상에서


하산길은 북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가 동쪽으로 고산촌 방향이다.
북쪽으로는 바위 암릉이 이어지고.. 사람 키만큼 자란 울창한 산죽 숲을 지나.. 정상을 오른 기쁨에 가벼운 마음으로 콧노래를 불러가며 하산한다.

암릉을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 하산길은 급경사의 너덜지대다. 밧줄을 이용해야 하산할 수 있는 험한 암벽도 있다.
너덜지대에 낙엽이 쌓여 어느곳이 길인지 잘 구분되지 않는다. 발자국없는 눈길을 걷는 듯이.. 미끄러지듯이 낙엽을 밟으며 친구들이 즐거워 한다.
올 가을은 이곳 천등산에서 제대로 보내는 가 싶다.
하산길의 나무들이 노랗게 물든 단풍으로 자태를 뽐내는데.. 날이 어두워진다. 낮에 보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일찍 하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급경사의 내리막을 지나고.. 결국은 준비한 랜턴으로 길을 밝힌다.


↑북쪽으로 암릉


↑산죽


↑암릉에서 뒤돌아 본 능선


↑하산길 낙엽속의 친구들


↑하산 중 전망이 좋은 암릉에서 대둔산


↑날은 어두워지고..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고.. 뒷풀이를 위해 대둔산 근처로 다시 이동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낮에 차도를 가로막으며 꽉 차있었던 그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음식점도 한가하고.. 닭도리탕으로 뒷풀이를 하려는데 닭이 동이 났단다.
오늘도 많은 닭들이 천등산 근처에서 인간을 위해 헌신하고 천당으로 갔다.
친구들과의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뒷풀이는 계속된다. 그리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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