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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의 우중 억새산행 - 천성산 (양산) - 2007.12.28 본문

산행기-국내/경상

한 겨울의 우중 억새산행 - 천성산 (양산) - 2007.12.28

삼포친구 2007. 12.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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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의 우중 억새산행 - 천성산 (2007.12.28)


ㅇ 산행지 : 천성산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내원사(11:30) -> 천성산 제2봉(13:00) -> 은수고개(13:20) -> 정상 (구 원효산)(13:40) -> 성화대(14:20) -> 526봉 -> 내원사(15:30) (총 4시간)

2007년도 이제 3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에 들뜬 분위기가 될만도 한데.. 이번 연말은 전혀 딴판이다.
연말에 출장이라니.. 그것도 멀리 부산 근처까지.. 3시간 회의를 위해서 왕복 10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당일 출장은 힘들고.. 어차피 1박 2일.. 다음날은 애마를 끌고 올라오기만 하면 된다.
이럴 바에야 산행이나 즐기고 올라가자며 내려오기 전에 근처의 산을 찾아 본다. 그리고 찾은 것이 부산의 금정산과 달음산... 그리고 천성산..

무사히 회의를 마치고.. 동료와 술자리를 하며.. 주인에게 물으니 금정산보다는 장산을 추천한다.
머릿속에는 천성산이 있는데.. 술자리를 마치고.. 해운대 근처의 여관에 들었는데.. 산행지를 정하지 못한 산꾼의 마음을 알듯이 컴퓨터가 있다.
정신을 차리고.. 천성산을 찾는다. 지도도 준비하지 못해서 급하게 메모지에 지도를 옮겨 그린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한겨울의 날씨에 맞지 않게 가랑비가 내린다.
오늘도 우중산행을 하게 될 것 같다.

천성산은 지율스님이 도룡뇽 살리기를 하면서 부터 유명해졌다.
지율스님은 황우석박사가 한국호랑이를 복제하겠다고 했을 때 호랑이를 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랑이가 살아갈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산행로



내원사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다.
비인지 안개인지 구분이 안 될정도의 약한 비가 내린다.
내원사는 공사가 한창이고.. 차들이 없는 것을 보니 오늘도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계곡을 따라 잠깐 오르고 능선까지의 급경사가 시작된다. 급경사를 지나면 잠깐 부드러운 능선이 있고 이어서 바위능선이다. 물에 젖은 바위가 비끄러워 조심조심 오른다.
기온은 영상 10도 이상으로 산행하기 알맞은 날씨다. 바위능선을 지나 조금 오르니 천성산 제2봉이 나타난다.
집북재로 오른다고 올랐는데.. 곧 바로 천성산을 오른 것이다.


↑급경사 오르막


↑능선길


↑천성산 제2봉


천성산 제2봉에 오른다.
예전의 천성산은 이곳 천성산 제2봉이 되고.. 원효산은 천성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제2봉은 바위봉이다. 날씨가 맑으면 주변의 전망도 아주 좋을 듯 한데.. 오늘은 주변 산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위 위에 카메라를 아슬아슬하게 걸쳐놓고 기념촬영을 한다.
천성산 공룡능선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고요함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부지런히 천성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제2봉


↑제2봉


제2봉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육산이다.
근처에 밀반늪이 있다는 표지판과 늪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문도 군데 군데 보인다.
이것이 모두 지율스님이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밀반늪 근처에서 임도와 만난 길은 다시 헤어져 아래로 내려간다. 혹 하산길로 잘못 든 것이 아닌가 다시 확인하고 산행을 한다.
길은 산허리를 감아도는 비뚤이길로 바뀌고.. 비뚤이길이 끝나고.. 은수고개에 도달한다.


↑제2봉을 지나 능선길


↑전망바위


↑은수고개


은수고개에서 천성산 정상까지는 온통 억새밭이다.
한겨울 우중에 억새산행이라.. 뭔가 어울리지 않을 법 한데.. 이렇게 잘 어울리는 풍경도 없다.
역시 자연은.. 아니 산은.. 기대치 않았던 즐거움을 갑자기 선물한다. 이 맛이 산꾼이 산에 끌리는 이유이다.
천성산 정상에 오른다. 원래 정상은 922m 인데.. 그곳은 지뢰를 매설했던 지역이라 출입금지가 되어 있고.. 이곳이 897m 임에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상에서 화엄벌까지는 비뚤이길.. 지뢰매설지역이 너무 넓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이다.
둘러쳐진 철조망이 더 이상의 접근을 막는다.


↑억새밭


↑억새밭 (끝이없다..)


↑정상 (구 원효산)


↑정상 근처 지뢰밭


화엄벌의 시작.. 물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넓은 평원이다.
억새로 가득 찬 넓은 평원이 정말 장관이다. 이곳을 지키려고 지율스님이 그렇게 싸웠나 보다.
설마 지키고 싶은 곳이 이곳 천성산 뿐이었으랴.. 모든 산을 다 지키고 싶지만 상징적으로 이곳을 내세운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 원효대사가 중국의 제자들을 모아 놓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였다는 데..
윗쪽은 지뢰밭이라 출입금지고.. 옆쪽은 자연보호구역이라 출입금지고..
그래도 자연보호구역은 희망이 보이는 출입금지이지만.. 비무장지대도 아닌 지뢰밭은 언제까지 출입금지가 계속되어야 하는지...

화엄벌이 지나고.. 길은 두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홍룡사.. 다른쪽은 용주사.. 내원사만 생각하고 올라왔는데.. 안개때문에 주변 능선도 잘 안보이고..
오늘따라 나침반도 안 가지고 왔다.. 이런 낭패가.. 오던 길을 복기하며 방향감각을 최대로 살린다. 용주사는 적어 온 지도에 표시도 안해놓고...
실패해도 적게.. 오른쪽 용주사 방향으로 하산한다.


↑화엄벌 억새밭


↑억새밭


↑오른쪽은 화엄늪 보호구역


↑성화대


↑하산길 단풍


하산길에 안개가 조금씩 사라지며.. 아랫쪽으로 내원사 계곡이 보인다.
방향은 맞았으니.. 내려가는 길만 찾으면 된다.
하산길은 임도와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데.. 계속 능선따라 내려오다 오른쪽으로 하산길을 발견한다.
오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반대쪽으로 넘어 갔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산을 완료하고 보니.. 내원사 입구 상가 주차장 근처이다.
내원사까지 되돌아 오르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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