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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맞으며 - 가리왕산 (평창) - 2006.08.19 본문

산행기-국내/강원

비바람을 맞으며 - 가리왕산 (평창) - 2006.08.19

삼포친구 2006. 8. 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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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맞으며 - 가리왕산 (2006.08.19)


ㅇ 산행지 : 가리왕산 (강원 평창, 1,561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장구목이(09:30) -> 임도 -> 정상 (12:30) -> 마항치 삼거리 -> 상천암(14:00) -> 매표소(회동)(16:30) (총 7시간)

며칠전 회사 산우회의 산행공고를 보고 따라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산행신청을 하고 보니 다음날이 아버님 제사라.. 시골에 가야는데..
지난 번에도 사정이 생겨 산행을 포기했으니.. 이번에 또 취소한다면.. 이번엔 꼭 가자.. 산에 갔다와서 늦게 시골가면 되지..
내가 피곤한 것만 감수하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회사 산우회를 따라 나선다.
뉴스에서는 태풍(우쿵)의 영향으로 강원도 지방에는 비가 내릴 것이라는데...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버스 한대가 꽉차서 선착순 마감이 정상인데.. 이번 산행은 45인승 관광버스에 25명이 널널하게 자리를 잡는다.

한잠 자고 눈을 뜨니 어느새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진부를 지나고 있다.
진부에서 장구목이로 향하는 길은 지난 장마에 많이 유실된 상태로 아직도 그대로이다.
중간 중간 임시로 개통한 비포장 도로가 있고... 제 모습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창 밖으로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진 뿐.. 아직까지는 날씨가 괜찮다.
그러나 그 작은 기대는 산위를 올려다 보는 순간 사라진다.
조금 높다 싶은 산들은 모두 운무에 휩싸여 있고... 오늘도 비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장구목이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계곡의 폭포


장구목이 입구에서 임도까지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태풍이 오는 덕에 날씨도 시원하고 길 옆의 계곡물소리가 시원함을 더한다.
계곡의 바위에 달라 붙어 자라는 이끼가 무척 싱싱해 보인다.
산행로는 주변은 온통 숲속이라 그저 앞만 보고 오른다.
가파른 너덜지대의 계곡길이 계속되고.. 1시간여 올랐을까.. 임도를 지나 계곡은 끝이 났는데.. 너덜지대는 끝이 날 줄을 모른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빗방울이 더 굵어지고.. 시야도 점점 좁아진다.
잠깐 잠깐 숨을 돌리며 오르고 또 오르고..
주변의 나무 하나 바위 하나에 눈인사를 하며 오른다.
바위 위에서 뿌리는 내 보인 채 자란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을 하고.. 또 다른 바위에 지도모양을 그려놓은 석화에서 세월의 흐름도 느낀다.


생명력


석화 (지도처럼 보인다.)


능선 오름길이 거의 끝이 날 무렵.. 군데 군데 세월을 이겨 낸 주목들이 보인다.
이제 부드러운 가리왕산의 능선길이다.
아래에서는 못 느꼈는데.. 능선의 바람이 만만치가 않다. 아직은 한 여름임에도 추위가 전해져 온다.
산행 3시간만에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는 서있기 조차 불편할 정도의 칼바람이 분다. 더 이상 추위를 견딜 수가 없어 비옷을 꺼내 입는다.
날씨만 좋았다면 멀리 동해바다까지도 볼 수 있으련만...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안개 뿐이다.
올라온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순간의 기쁨을 맛보고.. 기념촬영을 하고..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서둘러 하산한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닌가?
모두가 정상을 향해 오르지만.. 정상에서의 기쁨은 순간인 것을 그리고는 내려와야 하는 것을 모른다.
내려와서 남아 있는 아쉬움으로 또 다른 정상을 찾아야 하는 것을 모른다.
사람들은 정상에 한번 오르면 그 자리에 주저 앉으려 한다. 결국은 비바람을 맞고 또 맞고.. 조난 당하는 모습이다.


정상 (상봉)


정상의 제단


하산길은 어은골 방향이다.
능선을 지나고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한다.
장구목이 근처에 상점이 없어서 컵라면도 준비하지 못했다. 휴게소에서 사 온 만두와 쵸코파이의 만찬이다.
마항치 삼거리를 지나 임도까지는 지루하고 가파른 비탈길이다.
누군가 투덜대는 소리도 들린다. 도대체 산에 볼 것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그러나 이것이 비내리는 여름의 가리왕산의 모습이다.
맑은 날이나.. 가을이나.. 겨울이나.. 찾아오면 가리왕산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정상 근처 주목


상천암


하산길 계곡 (물이 어찌나 차던지..)


임도를 지나고 하산길은 어은골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물에 유혹을 느낀 몇몇이 물에 뛰어든다.
소심한 산꾼은 초록색 이끼가 시원한 바위에 앉아 발만 담그는데.. 1분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계곡물이 차다.

계곡을 따라 휴양림으로 하산한다.
휴양림 근처에서는 너덜지대의 돌탑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얼음동굴이 눈길을 끈다.
동굴 입구의 온도계를 보니 10도를 가리킨다.

오늘 가리왕산이 새롭게 산꾼의 기억속에 들어온다.


휴양림 근처 돌탑


얼음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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