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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과 구상나무의 정원 그리고 백록담 - 한라산 - 2005.05.28 본문

산행기-국내/제주

산죽과 구상나무의 정원 그리고 백록담 - 한라산 - 2005.05.28

삼포친구 2005. 7. 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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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죽과 구상나무의 정원 그리고 백록담 - 한라산 (2005.05.28)


6개월만에 한라산을 다시 찾았다.
물론 학회참석이 주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한라산 여신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해서...
이번에 오르게 되면 한라산의 4코스는 모두 오른다.. 돈내코 코스는 언제 개방될 지 모르지만 그때 다시 오기로 하며..
오랫만에 단독산행이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관음사입구(08:00) -> 탐라계곡(09:00) -> 삼각봉(10:25) -> 용진각대피소 -> 백록담(11:50) -> 진달래밭대피소 (13:25) -> 성판악 (15:30)

하산후에 다시 용인으로 돌아와야 하므로 아침에 서둘러야 했다.
산행시간은 8시간으로 잡고.. 8시에 오르면? 16시에 하산을 하고.. 비행기가 18시 45분 출발이니까..
전날 산행준비는 마쳐놓고.. 잠을 자려는데 한라산에 오른다는 설레임으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아무쪼록 날씨가 좋기를 기원하며.. 아침에 김밥과 맥주한캔을 사서 배낭에 넣고 관음사까지는 택시로 이동한다.
학회참석차 온 것이라.. 산행에 필요한 짐외에도.. 다른 짐들이 있어.. 짐을 최대한 줄였지만 그래도 베낭이 조금 무거운 것이 걱정이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가까이 본 한라산이 너무 멋있다..
정확히 8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맑은 편이다.


한라산이 부른다.


관음사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탐라계곡까지는 편안한 등산로가 계속된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참나무 숲에 아래는 산죽으로 덮여있다.
성판악에서의 분위기와 비슷한..

1시간여를 걸어 탐라계곡에 도착한다. 계곡은 있으나 물이 없다.


참나무와 산죽이 어울린 등산길


탐라계곡


탐라계곡을 건너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오르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초반에는 힘차게 오르나 서서리 체력이 떨어져 감을 느낀다.
힘든 것을 참아보려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주변의 나무와 꽃들도 감상하면서.. 한걸음 한걸음 오른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주변에는 철 늦은 벚꽃도 군데 군데 피어있다. 어느덧 참나무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구상나무와 산죽 뿐..
체력이 떨어져 잠깐 잠깐 쉬며 오르는데.. 오르막이 끝나가며 비뚤이 길이 시작되나 싶더니.. 눈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가 들어온다.
삼각봉이다. 시간은 이미 10가 넘었다.
드디어 삼각봉 아래 도착한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삼각봉이 한라산의 부드러운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삼각봉 아래는 헬기장이 있고 산죽과 구상나무의 넓은 평원과도 같다.
오르는 동안 숲에 가려 하늘을 보기 힘들었으나 삼각봉 아래에서는 하늘이 확 트인다.

백록담을 이루는 바위벽의 모습도 들어온다.
그러나 아직은 올라야 할 길이 멀다.
삼각봉에서 잠깐 쉬며 초코렛으로 허기를 채운다.


철 늦은 벚꽃


한라산은 산죽과 구상나무의 정원이다.
삼각봉을 지나면 삼각봉을 끼고 도는 비뚤이 길이 나타나고.. 이어 길은 아래 계곡을 향해 내려간다.
길옆에 붉은 병꽃나무와 위의 절벽에 핀 철쭉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도 아닌 철쭉이 왜 힘들게 절벽에 피었을까..


송화 사이로 삼각봉


삼각봉 아래 평원의 산죽과 구상나무


백록담 바위벽


오른쪽 능선의 병풍바위


계곡을 지나 용진각 대피소에 이른다.
해발 1500m.. 위로 백록담의 바위벽들이 보인다.
아직도 450m 를 더 올라야 한다.


왕관바위


용진각 계곡에서 다시 능선까지 오르는 길은 매우 급경사다.
10걸음을 떼지 못하고 숨을 몰아쉰다. 베낭이 무거웠던 탓인가.. 아침을 못먹은 탓인가..
베낭속에는 김밥이 두줄이나 있는데..
능선까지 힘들게 힘들게 올랐다. 한라산의 바위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으로는 멀리 바다까지도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이제 조금만 더가면 된다.


백록담 북벽


백록담 북벽


왕관능선에서 백록담까지의 길은 평탄하다.
주변은 온통 구상나무와 산죽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정원이다.
예전에 성팡악으로 올랐을 때 왜 관음사쪽으로 하산하는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아름답다.

드디어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 지 정확히 4시간이 걸렸다. 예전에 성판악에서 오를 때보다 40여분이 더 소요되었다.
오늘은 한라산 여신님도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산행 내내 날씨가 좋았다. 백록담도 모두 보이고...


정상에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백록담을 찾았다. 관음사쪽에서는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이 성판악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단독산행을 한 다른 분에게 부탁하여 기념촬영을 한 후 따뜻한 곳을 찾아 점심식사를 한다.
기분좋게 맥주 한잔을 곁들여 가며.. 아 좋다.. 이 맛을 그 누가 알리요...


정상에서 30여분을 휴식을 취하며 주변 경치를 감상한 후.. 하산길은 성판악 방향이다.


백록담 파노라마


백록담 주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예전에 올랐던 곳이라.. 기억을 하나씩 되새기며..구상나무와 산죽 군락을 지나 정상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한다.

시간은 1시 30분이 지났지만.. 백록담에 오르겠다고 관리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도 있다.
잠깐 쉬고.. 다시 하산을 계속한다.
네려오는 길에 구상나무 꽃을 보았는데 돼지풀 꽃을 닮은 것이 아름답다.
신기하게도 다른 나무에는 송화같은 꽃만 보이는데 유독 한 나무에서만 예쁜 모양의 꽃이 보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구상나무 열매란다.


고사목과 벚꽃


진달래 능선을 지나고 부터는 지루한 숲길이다.
걷고 또 걸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어차피 거리가 있으니 시간이 걸려야 되는 것을 조바심이 나서 발길을 재촉해 본다.
성판악 입구에 도착하니 시간은 15시 30분...

오늘 하루 투정을 부리지 않은 한라여신님께 감사하며 산행을 마친다.


구상나무 열매


산죽과 참나무 숲


삼나무 숲


팔손이 같은 나무를 찍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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