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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바람과 함께 - 한라산 (제주) - 2010.11.27 본문

산행기-국내/제주

구름과 바람과 함께 - 한라산 (제주) - 2010.11.27

삼포친구 2010. 11. 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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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바람과 함께 - 한라산 (2010.11.27)


ㅇ 산행지 : 한라산 (윗세오름)(1,750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돈내코(09:30) -> 평궤대피소(11:40) -> 남벽분기점(12:15) -> 윗세오름(13:05) -> 어리목(14:40) (총 5시간 10분)

제주도에서 열리는 학회에 왔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일정을 하루 연장하여 한라산을 찾는다.
15년만에 개방되었다는 돈내코 코스.. 기대가 크다.
집을 나온지 며칠이 지나서인지.. 밤잠을 설친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이고.. 8시가 넘어서야 기상..
아침은 빵으로 대충 때우고.. 한라산으로 향한다.

날씨가 흐린것이 걱정이지만.. 어제 맑았던 하늘을 기억하며 오늘도 어제와 같기만을 맘속으로 기도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공동묘지를 지나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길을 따라 500여m를 지나고 관리소가 나타난다.
관리원이 나와서 어느방향으로 하산하는지 묻는다. 어리목이라 답하고 지도를 한장 얻어 산행을 계속한다.
돈내코에서 오르는 길이 의외로 한산하다. 잠깐 오르니 주변이 트이고.. 서귀포방향이 시원하게 보인다.
돈내코는 돗(돼지) 내(하천) 코(입구)가 합쳐진 말로 멧돼지가 물마시러 내려오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돈내코 들머리


↑뒤돌아 보니.. 서귀포 방향


길은 숲길로 변하고.. 해발 700m 에서 시작하여 1400m 까지 숲길을 따라 오른다.
중간 중간 우람한 적송들이 있는 적송지대를 지나고.. 주변의 바닥에는 산죽들이 울창하다.
공기가 맑아서인가? 한라산의 산죽들은 유난히 깨끗해 보이고.. 잎 가운데의 녹색과 잎 주변을 따라 도는 흰색이 조화를 이룬다.

평궤대피소에 이른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는데..
기상변화등 긴급대피를 위해 만들어 놓은 듯이.. 무인 대피소로 긴급상황에서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해발 1100m


↑해발 1400m


↑평궤대피소


평궤대피소를 지나고.. 하늘을 덮은 숲이 사라지고.. 산죽과 철쭉 등 키작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산아래에서는 조금 흐린것 같던 날씨가.. 1400m 이상을 오르니 구름 농도가 점점 더 짙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분다.
9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2시간 40분만에 남벽분기점에 이른다.
바람이 엄청 강하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준비한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저 앞에 우뚝 솟아있어야 할 남벽은 구름속에 숨은 채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무슨 일로 한라산 여신이 노하셨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정말 날씨가 좋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전망대


↑산죽지대


↑구름이 밀려오고..


↑잠깐 구름이 걷히고..


↑남벽분기점 근처


↑남벽분기점 (저 앞에 남벽이 보여야 하는데..)


바람과 구름속을 헤쳐.. 벌판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남벽을 끼고.. 서쪽으로 향한다.
구름과 어울어진 산죽과 구상나무가 환상적이다.
노하신 한라산 여신을 원망하며 잠시만이라도 남벽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기도하며 걷는다.
기도가 통한 건지.. 기도가 부족한 건지.. 잠깐 구름이 물러나면서 남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색으로 구름속에서 나타난 모습이 악마의 성이나 지옥의 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 버린다.
난 이런 모습이니까.. 아쉬우면 다음에 다시 오라고 유혹하는 모습이다.
아쉬움에.. 바람속에서 그 자리에 서서 10분여 동안을 여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더 이상은 여신을 만날수 없고.. 산행을 계속하여 윗세오름에 이른다.
바람은 더 강해지고..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진다. 이곳에서 보는 한라산 북벽도 멋있었는데..
노한 여신은 끝까지 노여움을 풀지 않는다.


↑산죽벌판에 구상나무


↑잠깐 남벽이 보이고..


↑계곡?


↑윗세오름


윗세오름 휴게소에서 차가워진 몸을 컵라면으로 녹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몇년전에 올랐던 기억을 상기해 보며.. 어리목 방향으로 하산한다.
처음 올랐을 때 사제비동산의 광활한 산죽벌판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다시 떠 오른다.
꾸준한 오르막에 조금 힘들었던 기억인데..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편하게 내려간다.

시간이 촉박하지 않을까 해서 비행기시간까지 여유있게 뒤로 미뤄놨는데..
하산길의 산죽이 멋지다.
어리목 입구까지 계속 산죽과 참나무로 이루어진 숲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5시간의 산행을 마친다.
하산후에 한라산을 보니.. 아직도 노여움을 풀지 않고 있다.
변덕이 심한 여신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지만.. 다음에 산꾼이 다시 찾았을 때는 노여움을 풀리라 생각하며 산행을 마친다.


↑사재비동산


↑해발 1300m


↑하산길 산죽


↑거의 다 왔다.


↑하산후 한라산 (구름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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