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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 달마산(2) (해남) - 2013.04.20 본문

산행기-국내/전라

산꾼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 달마산(2) (해남) - 2013.04.20

삼포친구 2013. 4. 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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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이 남쪽으로 간 까닭은 - 달마산 (2013.04.20)


ㅇ 산행지 : 달마산(489m) (해남)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큰닭골재(08:40) -> 농바우봉(10:45) -> 정상(11:50) -> 대밭삼거리(13:10) -> 떡봉(14:30) -> 도솔암(15:30) -> 도솔암 주차장(15:50) (총 7시간 10분)

(2) 대밭삼거리에서 도솔암 주차장까지..

대밭삼거리를 지나고.. 이제 좀 평탄한 길이 나오려나 기대한다.
다리는 힘들고.. 이쯤이면 미황사 뒷쪽인 거 같은데.. 미황사로 내려가서 달마산의 멋진 모습을 볼까?
유혹이 생긴다.
서서히 운무가 걷힌다.
다시 앞으로 나간다. 암릉은 계속 이어지고.. 눈앞에 멋진 암봉이 펼쳐진다.
이름이 있을 만도 한데.. 지도를 아무리 뒤져도 이름이 없다.
달마산의 진면목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어느틈엔가.. 꼴찌를 노리는 또 다른 산꾼이 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꼴찌가 좋은 점도 있다.
꼴찌는 앞만 보고 갈 필요가 없다. 옆도 보고 뒤도 보며 갈 수 있다.
꼴찌는 주어진 산행코스를 지킬 필요가 없다. 힘들면 쉬거나 옆길로 빠질 수 있다.
꼴찌는 뒷사람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치좋은 곳이 나오면 사진도 찍고 휴식도 취하며 갈 수 있다.
빠른 시간에.. 종주를 해야 한다면 마라톤을 하지 산행을 할 이유가 없다.
꼴찌들의 자기 합리화.. 다리만 튼튼하면 마라톤이든 전력질주든 못할 것이 무엇인가..


↑운무속에서 암봉이..


↑암봉


↑암봉


↑가야할 암릉 (떡봉과 뒤로 도솔봉)


암릉사이로 잠깐 잠깐 빗물에 맞은 진달래와 동백꽃이 유난히 짙은 색으로 보인다.
능선에서 가야할 길이 멀다. 떡봉과 도솔봉이 보인다.
그나마 운무가 물러가고.. 길도 조금은 평탄해 지는 것이 다행이다.
빗물에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새순을 막 틔워내고 있다.
자연의 생명력을 느낀다. 떡봉에 오른다.
운무가 모두 물러가서 이젠 산 아래 땅끝마을까지 눈에 들어온다.
산아래까지 보이니 낮아보이는 산인데.. 비바람과 운무가 앞을 가렸을 때는 지리산에 온듯이 눈앞이 깜깜하다.


↑떡봉


↑하숙골재 지나 떡봉 오름길에 동백


↑암봉 뒤로 떡봉


↑떡봉


떡봉에서 도솔봉까지 이르는 길은 넓은 평전과 같은 평탄한 능선길이다.
달마산 산행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간간히 능선길 옆으로 진달래꽃이 한창이다.
도솔봉이 잘 보이는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김밥과 과일로 허기를 채운다.
비바람에 시달리다보니 점심심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지금까지 걸었다.
시간은 3시.. 애초 산행계획인 달마산 종주는 이미 물건너간 지 오래다.
달마능선이 남서쪽으로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보니 남쪽으로는 남해바다 서쪽으로는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바다를 보며 산행하는 여유까지 생긴다.


↑도솔봉까지 능선


↑도솔봉에 가까이


↑능선에서 남쪽바다


↑능선에서 서쪽바다


↑지나온 암릉 - 다시 운무가 몰려오고..


↑도솔봉


도솔봉으로 향하던 중에 도솔암에 들른다.
주 등산로에서 벗어나 100m 정도 들어간다.
도솔암은 험한 바위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은 모습에서 도솔천에 이르기 위한 인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도솔암을 지나 도솔암 주차장에 이르러 산행을 마친다.
도솔암 주차장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걷는다.
마을까지 멀어서 한참 걸어야 할 것 같다.


↑도솔암


↑도솔암에서 암봉


↑뒤돌아 본 도솔암쪽


↑도솔암 주차장에서


↑땅끝마을


콜택시를 부른다. 그리고 땅끝마을에 이른다.
기운은 없고 허기는 지고.. 따끈따끈한 바지락칼국수가 절실한데.. 음식점을 찾으니 1인분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고약한 인심.. 대놓고 1인분은 안판다는 집도 있고.. 면이 떨어졌다는 집도 있고..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값 다주고 먹겠다는데.. 우울하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추위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가 함평휴게소에 들렀는데..
또 다시 출발을 하지 않는다.
웬일인가 했더니 이번에는 버스기사가 낮에 고장난 버스를 고치느라 잠을 못잤다며 조금 자고 출발해야 한단다.
30분간 다시 버스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기사가 졸립다는데 어쩔 수 있나..
목숨걸고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사나웠던 하루 일진을 뒤로하고 무사히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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