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 산행 - 선자령 (평창) - 2014.01.25

설국(雪國) 산행 - 선자령 (2014.01.25)

ㅇ 산행지 : 선자령(1,157m) (평창)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대관령마을휴게소(11:50) -> 전망대(13:00) -> 정상(상봉)(14:00) -> 대관령마을휴게소(16:30) (총 4시간 40분) 모처럼 친구부부와 부부동반 산행이다.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산행으로.. 운이 좋으면 넓은 벌판의 흰 눈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 선자령.. 2~3일전부터 오대산 근처의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에 기온이 올라서 눈대신 비가 내린다고 한다. 기상청의 용기에 놀란다. 설마 아무리 기온이 오른다고 해도 한겨울에 비 예보라니.. 그것도 산악지대에.. 당일까지도 그 예보는 바뀌지 않는다. 예상보다 한시간 늦은 9시경에 출발한다. 기온은 영상 4,5도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이슬비가 조금씩 내린다. 아무리 선자령이라 해도 눈이 내리기에는 기온이 좀 높은 것 아닌가.. 기상청의 예보가 맞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양떼목장 입구(아랫길) - 오른쪽 멀리 들머리(윗길)

대관령마을휴게소에 도착.. 휴게소는 선자령을 찾은 산꾼들의 차들로 만원이고.. 비는 그치지 않는다. 한겨울에 우중산행이라니.. 비옷을 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원점회귀 산행이라.. 오를 때는 능선따라 윗길로.. 내려올 때는 양떼목장의 아랫길로.. 코스를 잡고 들머리를 지난다. 비가 그치는 듯하여 비옷을 벗고 잠깐 걷다가.. 아이젠을 하기 위해 멈춘다. 다시 비가 내린다. 다시 비옷을 입는다. 산책로와 같은 평탄한 길을 걷는다.

↑산행로

↑통신탑

↑선자령 3.2km

무선표지소 근처에 이른다. 길은 무선표지소를 우회하여 새봉으로 향하는데.. 길옆으로 아기 주목인지 구상나무인지 잘 자라고 있다. 앞으로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할 나무들이다. 새봉 전망대로 향하는데.. 비가 오는 지.. 눈이 내리는 지..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전망대에 오르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뿌연 안개 뿐이다.

↑무선표지소

↑새봉

↑바위

↑새봉 전망대

↑물푸레나무 군락지

전망대를 지나고.. 숲길이 이어진다. 이때부터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함박눈으로 바뀐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기분좋게(?) 빗나가는 순간이다. 세상이 금새 설국으로 변한다. 날씨가 푸근하고.. 숲속이라 바람도 없으니.. 설국을 즐기기에 이처럼 좋은 날도 없다.

↑눈 펑펑

↑선자령 1.8km

선자령 정상으로 오르는 길.. 철쭉군락지를 옆으로 끼고 허허벌판이다. 숲속에서는 몰랐는데.. 벌판으로 나오니 강한 눈보라가 몰아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비때문에 입었던 우비가 강한 바람을 막아준다. 짙은 안개때문에 시야는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엔 풍력발전기가 근처에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머리위에서는 바람소리와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거리며 묘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데.. 정작 발전기는 희미하게 보인다. 나무들은 강한 바람에 곧게 자라지 못하고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나뭇가지도 한쪽으로 휘어서 자라고 있다. 바람을 피해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정상에 이른다. "백두대간선자령"이라 쓰여진 거대한 표지석이 산꾼을 맞는다.

↑선자령 오름길에 눈보라

↑눈보라

↑나무

↑정상

하산길.. 양떼목장 쪽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강한 바람과 안개때문에 안전산행을 우선으로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정상의 벌판지대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숲속은 바람이 약하고 평온하다. 나뭇잎도 없는 나무들이 그 강한 바람을 모두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눈은 계속해서 내린다. 나무에는 방금 내린 눈이 쌓여있고.. 주변은 안개까지 자욱하니..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어둡게 보면 저승사자라도 나올 것 같은 음침한 모습이고.. 밝게 보면 신선들이 사는 설국이 이런 모습일 것 같다. 모두가 즐거워하니 밝은 느낌이 맞을 게다. 아늑한 곳을 찾아 따뜻한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며.. 설국을 즐긴다. 날씨가 푸근해서 옷에 내린 눈은 녹으면서 물이 되어 흐르고.. 장갑에서도 물이 줄줄 흐른다. 우비에서 흘러내린 물로 바지도 젖고.. 등산화도 젖고.. 양말까지 젖는다.

↑함께 자라는 나무는 바람을 피하고..

↑홀로 자라는 나무는 바람을 맞고..

↑설국

↑설국

↑설국	↑설국에서 마눌과..

↑새봉 우회길

새봉 전망대 근처에 이르러 눈이 그치고.. 설국에서 벗어난다. 급경사가 없어 산책을 한 기분이지만 눈꽃을 제대로 즐긴 산행이다. 비가 눈으로 바뀌어 기쁨이 두배가 되고.. 예정보다 한시간 늦게 출발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기쁨이 네배가 되고.. 친구부부와 동행을 했으니 기쁨이 여덟배가 된 산행이다.

↑임도

↑원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