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구름따라

우중에 반야를 찾아서 - 지리산 (구례) - 2016.07.16 본문

산행기-국내/전라

우중에 반야를 찾아서 - 지리산 (구례) - 2016.07.16

삼포친구 2016. 7. 17. 18:03
728x90


우중에 반야를 찾아서 - 지리산 (2016.07.16)


ㅇ 산행지 : 지리산 반야봉(1,732m) (구례)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성삼재관리소(09:20) -> 노고단(10:20) -> 노루목(12:30) -> 반야봉(13:20) -> 화개재(14:40) -> 뱀사골 -> 반선관리소(17:50) (총 8시간 30분)

반야봉-뱀사골.. 한번 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한여름 무더위에 산행을 하고 뱀사골 시원한 계곡물에서 더위를 식히는 상상이란.. 즐겁다.
몇주전에 덕동야영장을 예약하고.. 아내에게 시원한 뱀사골을 보여주려 기다려왔는데.. 주말에 비소식이다.
산행일자가 다가오면서 일기예보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기대로 끝나고..
지리산 아래 산내면에 도착해서 내일 성삼재로 오르는 버스를 알아보는데.. 버스가 없단다.
어찌해야 하나..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기대하며 덕동야영장에서 1박을 한다.
다음날.. 하늘은 금방이라도 장대비를 뿌릴듯이 검은 먹구름이 가득이고..
성삼재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데.. 반선의 식당에서 어렵게 개인차로 성삼재로 오른다.
남원에서 성삼재로 오르는 버스가 없다는 것에 의아해 하는데..
남도 사람들이 북도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남도땅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언제부터 이나라는 이렇게 되었는가?
국민의 권리가 강해진 것인지.. 떼쓰는 이가 이기는 세상이 된 것인지.. 도대체 법은 어디에 있고.. 합리적인 공권력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 기간산업인 원자력발전소나 송전탑.. 국가 안보를 위한 사드는 반대를 받고..
소음공해가 만만치 않은 신공항은 서로 유치하려고 싸움박질을 하는 나라.. 어디로 가는가..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 국민들.. 협상을 거부하는 국민들.. 산행전부터 마음이 무겁다.

성삼재에 도착.. 비가 내린다.
모든 것을 잊고.. 우중산행을 즐기기로.. 산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습한 날씨에 비는 내리고.. 안경의 습기가 시야를 가린다.
동트기전에만 지나서 제대로 볼수 없었던 노고단 길.. 지금은 비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른다.
노고단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어 노고단에 도착..
운무속에서 노고단과 인사를 하고.. 지리산의 품으로 스며든다.
노고단을 지나고 본격적인 지리산의 산행길이 이어진다.
한여름의 지리산을 찾아 본 기억이 언제던가? 학창시절이었으니 25년 이상은 되었다.


↑성삼재관리소


↑노고단을 향하여


↑노고단 휴게소를 지나며


↑노고단


↑노고단 지나며.. 반야봉 5.5km, 천왕봉 25.5km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여름에 지리종주에 나서고 싶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길은 질퍽질퍽하다.
산꾼들도 거의없고.. 아내와 호젓한 산행이 된다.
곳곳에 반달가슴곰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경고표시도 있고..
우거진 숲은 금방이라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날 것 같다.
길옆으로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만개해 있다.
나리도 보이고.. 우산나물꽃도 보이고.. 비비추꽃이 멋지다.
빗속에서 더 이상 카메라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부터 핸드폰이 카메라를 대신한다.
걷기 좋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언제부터인지 신발에는 물이 들어가서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저벅저벅 소리를 낸다.
돼지령을 지나고.. 피아골 삼거리와 임걸령을 지나고.. 반야봉으로의 갈림길인 노루목에 이른다.


↑잠시 하늘이 보이고..


↑돼지령에서 나무수국


↑비비추


↑피아골 갈림길


↑임걸령


↑노루목


노루목까지 오는 길과는 다르게.. 노루목을 지나고.. 반야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경사의 오름길이 이어진다.
고사목지대를 지나고.. 철계단이 있는 암벽지대를 지나고.. 천왕봉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체력이 다해가고.. 발걸음이 느려진다.
뒤돌아 보면 10여m 떨어져서 아내가 별말이 없이 묵묵히 따라온다.
남편을 믿고.. 산행에서나 인생에서나 동반길에 나서 줌에 고마움을 느낀다.
산행에서도 그렇듯이.. 인생에서도 힘든 일을 묵묵히 서로 견디며 그렇게 갈 일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에 반야봉에 오른다.
힘들게 반야(지혜)를 찾아와서 무엇을 얻는가.. 선문답을 한번 던져보고..
날씨가 맑다면 천왕봉까지의 지리능선이 모두 눈에 들어올텐데.. 비바람과 운무속에 보이는 것이 없다.
다음에 다시 와야지..


↑나리꽃도 지나고..


↑고사목지대


↑철계단과 암벽


↑반야봉이 가까이..


↑반야봉에서


↑반야봉


↑되돌아 내려가며..


반야봉에서 오른 길을 되돌아 내려간다.
이제부터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턱까지 차올랐던 숨은 어디로 가고.. 힘들었던 기억은 또 어디로 가고..
발걸음이 가볍다.
반야봉에서 1km 를 하산하여 지리산 주능선길에 이른다.
그리고 잠깐 오르니 삼도봉.. 잠깐 허기를 채우며 휴식을 취한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삼도봉을 내려와 암벽지대를 지나고.. 화개재까지 걷기 편한 나무데크길이 이어진다.
나무데크 양옆으로는 울창한 숲.. 그리고 운무.. 몽환적인 분위기..
인적이 없는 길을 아내와 둘이 걷는다. 좋다.


↑삼도봉


↑화개재로 향하는 나무데크


화개재에 이른다.
반선까지 9.2km의 뱀사골이 이어진다.
이제부터는 계곡을 즐기며 더 이상 중력과 싸움하느라 힘빼지않고.. 중력이 이끄는 대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완만한 경사의 뱀사골 하산길이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너덜지대 하산길.. 고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계곡 물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간장소를 지나고..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는 했는데 그치지는 않는다.
계곡을 몇번 건너고.. 계곡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조금은 지루한 계곡 하산길.. 1km, 1km 세어가며 지루함을 덜어낸다.
더운날 무더위속 산행끝에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상상만 해도 즐거운데..
핸드폰 밧데리도 떨어지고.. 아내의 핸드폰으로 몇장의 사진을 찍고.. 또 다시 밧데리가 떨어지고..
오늘은 날씨도.. 카메라도.. 밧데리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
화개재에서 3시간을 걸어 오룡대에 이른다.
지리산의 산행로는 이곳에서 끝나고.. 날머리에서의 사진도 찍지 못한 채..
이어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반선까지 2km 를 걸어 즐거운 산행을 마친다.


↑화개재


↑하산길 너덜


↑간장소


↑계곡을 건너며 폭포


↑뱀사골


↑제승대


↑하산길 옆으로 작은 이끼폭포


↑계곡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