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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육산? - 지리산(1) (구례) - 2010.05.2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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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육산? - 지리산(1) (구례) - 2010.05.22

삼포친구 2010. 5. 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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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육산? - 지리산(1) (2010.05.22)


ㅇ 산행지 : 지리산 (1,915m) (구례)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성삼재(03:40) -> 노고단(04:25) -> 삼도봉(06:00) -> 연하천대피소(07:55) -> 벽소령대피소(09:40) -> 세석대피소(12:40) -> 장터목대피소(14:50) -> 중산리(17:50) (총 14시간 10분)

(1) 성삼재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올해는 유난히 연휴가 없는 해이다.

부처님 오신날 덕분에 귀한 연휴가 생겼다.
한달전부터 15년만에 풀린 한라산 돈내코 코스를 오르고 싶었지만..

한라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여의치가 않았다.
고민한 끝에 19년만에 지리산 종주에 나서기로 한다.
그 당시는 변변한 등산복 하나없이..

반팔티에 반바지차림으로..

무거운 구형 텐트까지 짊어지고..

천왕봉에 올랐다.
젊은 패기만으로 도전하여 고생했지만 무사히 1박2일로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무박산행으로 성삼재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이 지나간다.

깜깜하다.
랜턴을 꺼내 불을 밝히고.. 산행을 시작한다.
성삼재까지 오는 내내 잠을 청했으나.. 제대로 자지 못했다.

혹 컨디션이 나빠지지나 않을 지 조금 걱정이다.
당일 종주산행이니 마음이 조급해져서 부지런히 오른다.

15시간 산행을 하려면 초반에는 조금 천천히 가도 되는데...

성삼재 휴게소.. 천왕봉까지 25.9km 라는 이정표가 마음의 각오를 다지게 한다.
노고단에 이른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서 노고단의 돌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반야봉쪽을 보니 조금 여명이 밝아오는 듯 하고..

임걸령에 도달하니 더 이상 랜턴의 불빛이 없이도 산행이 가능하다.
특징이 없는 숲길을 걸어 삼도봉에 이른다.

이제서야 천왕봉까지 아득한 지리산의 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성삼재 매표소

↑성삼재 휴게소에서.. 천왕봉 25.9km

↑노고단

↑반야봉 (오른쪽으로 멀리 천왕봉)

↑임걸령

↑삼도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삼도봉에서 노고단 방향

↑삼도봉에서 가야할 능선 (멀리 천왕봉이 고개를 내밀고..)

화개재를 지나고..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어차피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왔으니 간만에 우중산행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걱정은 없다.

다만 지리산은 큰 산이니.. 일기변화가 얼마나 심할지가 걱정이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다.

지리산을 찾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고.. 판쵸우비를 꺼내 입는다.

그리고.. 간식을 먹으며 잠깐 휴식을 취한다.
새벽에 출발하다 보니 시간개념이 없어진다.
밥을 먹어야 되는지..

몇시간이나 산행을 했는지..

다음 목적지까지 얼마만에 도달해야 하는지..

그냥 묵묵히 걷는다.

평탄한 능선을 따라 벽소령에 이른다.
이미 산행시간은 6시간.. 다른 산행 같으면 하산을 마쳐야 할 시간이다.
천왕봉까지 11.4km.. 절반이상은 온 셈이다.

누군가 빨리가고 싶었는지 앞의 1자가 지워져서 1.4km로 표시되어 있다.


↑화개재

↑연하천대피소

↑삼각고지

↑삼각고지에서 지리산 능선 (멀리 천왕봉)

↑형제봉

↑석문

↑벽소령대피소

누가 지리산을 육산이라 했던가..
지리산은 육산이 아니다.

벽소령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암산이다.

그리고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도 암산이다.
대부분의 산들은 능선길이 봉우리 위로 향하지만...

지리산의 바위봉은 너무 험해서 능선길은 바위봉우리를 좌우로 우회하며 지나간다.

산행시간도 6시간 이상 지났고.. 반복되는 오르락 내리락 길에 서서히 몸이 지쳐간다.
날씨도 빗줄기가 강해지면서 바람까지 덩달아서 강하게 분다.
지리산의 바위는 투박하다.
웅장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커다란 바위벽돌을 몇개씩 쌓아올린 모양으로.. 아주 크지도 않아서 대부분은 주변의 나무와 덩쿨에 가려있다.


몇몇 지나는 바위들을 보니.. 앙코르왓트가 생각난다.
정글의 거대한 나무숲에 파묻혀 있던 사원 건물.. 지리산의 바위도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산행 7시간째..

시간은 10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연하천에서의 간식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허기가 밀려온다.
중간에 짐을 풀고.. 빗속에서 처량하게 참치죽으로 허기를 채운다.

↑기암

↑계곡이 깊다.

↑산죽길

↑능선

칠선봉쯤에 다다른다.
천왕봉까지 7.2km.. 4시간이면 갈 수 있을 거리..
산 아래는 짧은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다가왔건만.. 지리산은 아직도 봄이 이르다.
진달래가 군데 군데 피어있고.. 철쭉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바람은 어느새 칼바람으로 바뀌었다.
숲속으로 들어가면 잠잠한 바람이 능선위로 올라오면 칼바람으로 바뀐다.
사진찍기도 어렵다. 무릎에도 서서히 통증이 찾아온다.

위쪽은 판쵸우비가 바람을 막아주나.. 아래쪽은 바람막이가 없이 발목근처가 차다못해 시려온다.
세석대피소가 다가올수록 천왕봉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간다.
세석대피소로 내려오는 도중에 보이는 세석평전의 모습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의 철쭉들로 봄이라기 보다는 가을처럼 느껴진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칼바람을 피해온 산꾼들로 빈자리가 없다.
세석에서 중산리로 바로 하산할까도 생각하지만.. 길이 없다.

장터목으로 향한다.

↑칠선봉쯤 되는 것 같은데.. 천왕봉 7.2km

↑영신봉

↑아직 봄이 이르다.

↑기암

↑영신봉 상부

↑기암

↑영신봉

↑세석평전과 촛대봉

↑세석평전 (세석대피소는 오른쪽 아래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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