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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겨울이 아쉬워 - 화악산 (가평) - 2009.02.14 본문

산행기-국내/경기

가는 겨울이 아쉬워 - 화악산 (가평) - 2009.02.14

삼포친구 2009. 2. 1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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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겨울이 아쉬워 - 화악산 (2009.02.14)


ㅇ 산행지 : 화악산 (가평, 1468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관청리(12:50) -> 삼판도로(14:20) -> 서쪽능선 -> 조무락골 갈림길 (15:05) -> 중봉(16:10) -> 애기봉(18:20) -> 관청리(20:30) (총 7시간 40분)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한 느낌이다.
눈산행을 기대했던 겨울은 어느새 봄을 향해 가고있다.
어찌저찌 하다 보니 올 겨울은 이렇다 할 눈산행도 못한 채 그냥 보내게 생겼다.

삼악산을 갈까.. 화악산을 갈까.. 망설이다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에.. 남은 눈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화악산으로 향한다.
경기 제1봉이면서 경기5악의 하나로 유명한 화악산.. 높이로만 보면 소백산보다도 높은 산이다.
늦은 시간이 걱정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서둘러 출발할 걸..


↑관청리에서 들머리


산행은 관청리에서 시작한다.
마을을 지나.. 조금 오르니 큰골계곡이 시작된다.
요즘 가뭄이 길어지면서 물 부족이 심하지만.. 이곳은 계곡이 깊어서 인지 물이 철철 넘친다.
춥지않은 날씨와.. 시원한 계곡 물소리.. 마치 여름에 계곡산행을 온 느낌이다.

길은 계곡을 몇번 건너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계속 계곡을 따라 완만한 경사로 오른다.
중봉과 애기봉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의 중봉 방향으로 오른다.
1시간 이상을 그렇게 계곡길이 이어진다. 산행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 편안한 길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끝나고.. 서쪽능선으로 오르는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은 서서히 안개에 휩싸이고.. 눈은 없고.. 낙엽은 가을에 떨어진 채 아직도 그대로이고.. 여름산행을 지나 이제는 가을산행의 느낌이다.

능선길은 중간중간에 바위가 있는 평탄한 길이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계곡


↑오름길 (안개는 짙어지고..)


중봉 근처에 이르면서 기온이 조금 더 내려간다. 길에는 서서히 녹지않은 눈과 얼음이 보인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 아래의 짙은 안개는 걷히고.. 시야가 조금씩 트인다. 오른쪽 애기봉 능선으로는 상고대도 보인다.
눈과 얼음이 점점 더 많아져서 이젠 아이젠없이 산행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중간에서 아이젠을 하고 다시 오른다.


↑정상근처 (눈이 녹지않은 채)


↑정상근처


다리에 서서히 무리가 오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마지막 힘을 다해 중봉에 오른다.
경기 제1봉 답게 시야가 사방으로 확 트인다. 정상에는 칼바람이 분다.
고도가 높은 산이라.. 경기도의 다른 산에서는 볼수 없는 주목들도 보인다.
정상에는 몇명의 사람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라면을 끓이다가.. 산꾼에게 한 젓가락 권한다.
시간은 이미 오후4시.. 어둡기 전에는 내려가야 하는데.. 조급한 마음에 라면도 뿌리치고.. 곧 바로 애기봉 방향으로 하산한다.


↑정상 (중봉)


↑정상에서 남쪽으로 애기봉


↑정상에서


↑정상에서 북쪽방향


애기봉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급경사의 암릉길이다.
화악산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암릉의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않고.. 길도 좁은 편이다.
가파른 암릉에 계단이나 밧줄이 설치되지 않아.. 네발과 엉덩이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한여름에는 걸리적 거리는 나뭇가지 때문에 산행이 어려울 것 같다.

빠른 걸음으로 애기봉으로 향한다.
중간중간 지도를 보고 애기봉으로 향하는 능선 중간에서 하산길을 찾아 하산하기로 한다.
그러나 중봉과 애기봉사이의 1142봉을 애기봉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기봉에 가서야 알았다.

중간에 세번의 삼거리 이정표가 있었지만 관청리 방향으로는 모두 "등산로없음" 이다.
큰골계곡 오름길에서 애기봉 방향의 이정표를 본 기억이 있으니.. 애기봉 방향으로 가면 관청리로의 하산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애기봉으로 향한다.

애기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조금 약하지만 상고대를 만난다. 중봉보다 낮은 지역임에도 중봉에는 없는 상고대가 이곳에 피어있다.
계곡의 바람이 이곳의 조금 낮은 능선을 넘어가면서 상고대를 만들었다.
애기봉을 0.6km 남겨놓고 마지막 갈림길을 찾는다. 애기봉에 올랐다가갈림길을 찾지 못하면 이곳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애기봉까지 오른다.

애기봉에 오른다. 시간은 벌써 6시.. 이미 해는 기울어 산 아래로 막 넘어가려 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긴 하산길이 시작된다.


↑정상근처 갈림길에서 애기봉 방향으로


↑기암


↑상고대


↑뒤돌아 본 중봉과 화악산


↑상고대


↑애기봉


애기봉 직전의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서 "등산로없음" 이정표를 무시한 채 관청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다행이 길은 암릉이 아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가 교차되는 길이다. 하산 도중에 날은 어두워지고.. 랜턴 불빛을 이용해 부지런히 하산한다.
좁은 길에 낙엽이 쌓여있어.. 등산로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서서히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능선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온몸의 감각을 눈과 발끝에 집중한다. 그동안 산행감각이 늘어난 것인지.. 발에 밟히는 낙엽의 느낌만으로도 길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

어렵게 찾아 내려오는 길이 절개지를 만나면서 끝나고.. 더군다나 절개지와 산사태가 났던 흔적이 맞물리면서 길은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답답하다. 물도 마시고.. 담배도 한대 피워가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산사태의 흔적을 따라 조심스레 내려오다 잣나무숲과 얼음절벽을 만난다.
계곡 오름길에 건너편으로 보였던 얼음절벽인것 같다. 다행이 절벽은 아니고 조금 가파른 계곡이 얼어붙은 것이다.
조심 조심.. 이윽고 계곡 물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얼음계곡이 큰골계곡과 합수되는 지점이다. 큰골계곡을 건너 올랐던 길을 다시 찾는다.
그렇게 무사히 하산.. 시간은 8시 30분.. 걱정했을 집사람에게 "하산완료" 문자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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